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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전 세계 185개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이 최근 자유무역 질서에서 고립되는 분위기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을 제외한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즉흥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3일 머니S가 주최한 '트럼프 관세전쟁과 한국 경제 생존전략' 좌담회에서 오건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변동이 잦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찾으려는 각국의 노력이 강해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규범 기반 무역 질서 강화… 'CPTPP'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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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동시다발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여러 국가와 마찰을 빚었다. 상호 관세는 주요 교역국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발효 13시간 만에 90일 유예됐다. 중국에 보복적으로 부과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역풍을 불러오면서 협상력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단장은 "상호관세가 90일 이후에 확정될지 미지수고 중국에 물러난 것과 같은 사례가 또 생길 수 있다"며 "많은 시나리오가 열리는 상황에서 신뢰성이 보장되는 규범 중심 무역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 주요 12개국이 가입해 있는 CPTPP는 현재 유럽연합(EU)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오 단장은 "CPTPP는 몇 년 후에 중요한 단어가 될 것"이라며 "EU와 협력을 했을 때 미국, 중국을 제외한 거대한 새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규범 중심의 무역 질서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단장은 "FTA라는 계약서를 만들어놨지만 트럼프의 관세 조치로 사실상 무효화됐다"며 "이를 지켜본 국가들 사이에서 규범에 기반한 무역 질서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1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체결했지만 취임 초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발표해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한국 역시 상호관세 대상국에 포함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힘을 잃은 상태다.
미국 빠진 세계화 '가속'… 신흥 시장 초기 선점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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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한 관세 정책으로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 약화하고 있다. 오 단장은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라고 하지만 기업의 설비 투자는 믿음의 문제"라며 "규범 중심으로 불확실성을 낮춰야 기업들도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 만들어진 무역지대에서는 관세율을 0으로 가져갈 확률이 높아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요 국가들은 미국을 제외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과 인도는 3년 넘게 지연됐던 FTA를 타결하며 주력 수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약속했다. EU는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와 무역협정 합의에 도달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의 협력도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미국이 빠진 세계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오 단장은 국내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을 강조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 초기에 진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외의 대안을 찾고자 하는 건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라며 "기업들은 기밀하게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시각각 변하는 미국의 관세율을 주시하기보다 대안의 활로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