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에서 새롭게 돋보이는 배우를 꼽자면 단연 이재인이다. 이재인은 안재홍과 라미란 김희원 그리고 유아인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 중심에서 '괴력'으로 강렬한 활약을 보여준다. '과속스캔들'(2008)과 '써니'(2011)에 이어서 또 한 번 배우의 재발견을 끌어낸 강형철 감독의 탁월한 캐스팅 선구안도 돋보인다.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으로, 강형철 감독이 '스윙키즈'(2018)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개봉 당일 오후 2시 기준, 오랜 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인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과 예매율 경쟁에서 3.8% 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하기도 했다.

'하이파이브'는 당초 '유아인 리스크'가 걸렸던 작품이다. 유아인은 지난 2023년 2월부터 상습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최근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바 있다. 유아인의 마약 파문으로 개봉이 연기되면서 크랭크업한 지 햇수로 4년째 만에 관객과 만나게 돼 우려가 컸지만, 막상 열어본 영화는 유아인보다 이재인의 독보적 활약과 비중이 상당히 큰 작품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재인이 연기한 완서는 심장 이식 후 괴력과 스피드를 얻은 태권소녀다. 그는 오랜 병치레로 친구 하나 없이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다 심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았지만, 아빠 종민(오정세 분)의 걱정과 근심 때문에 여전히 마음껏 태권도와 달리기를 할 수 없어 상심한다. 그러다 번개처럼 빠른 스피드와 폭발적 괴력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찾아온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 분)과 친구를 맺게 된다.
'하이파이브'는 이재인이 맡은 완서 캐릭터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완서와 지성의 만남 이후 프레시 매니저 선녀(라미란 분), 힙스터 백수 기동(유아인 분), 작업반장 약선(김희원 분)까지 원팀을 이루게 되는 과정과 새신교 교주 영춘(신구·박진영 분)과 대적까지 극을 중심에서 끌고 간다. 후반부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회춘한 영춘과의 화려한 액션신은 오롯이 이재인의 차지다. 태권도를 베이스로 한 발차기와 복싱까지 액션의 쾌감까지 전달한다.
이재인은 친구들과의 우정을 갈망하는 10대 소녀의 순수한 매력과 감성도 오롯이 구현한다. 또한 안재홍 라미란 오정세 등 '코미디 장인들'과의 탁월한 캐릭터 플레이와 유쾌하면서도 리드미컬한 티키타카 호흡도 돋보인다. '하이파이브' 멤버들과 더불어 각자 이식받은 장기에 따른 초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재미를 살려낸 것은 물론, 이들과 완성한 화제의 장면인 야쿠르트 카트 체이싱신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며 눈부신 활약을 남긴다.

이재인은 지난 2012년 tvN 드라마 '노란복수초'로 데뷔한 후 이정재 박정민 주연의 '사바하'(2019)에서 '이금화'와 '그것' 역을 맡아 1인 2역을 소화하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영화 '발신제한'(2021)과 SBS '라켓소년단'(2021) U+모바일 tv '밤이되었습니다'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중 그에게 많은 신인상을 안겨줬던 '사바하'가 단연 대표작이지만, '하이파이브'를 통해 새로운 대표작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약과 잠재력이 기대감을 더한다.
강형철 감독은 전작들에서 보석 같은 배우들을 발굴해 낸 감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평소 캐스팅 기준으로 '적역'을 꼽으며 "이 역할과 어울리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재인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상식에서 '사바하'로 신인상을 받은 후 수상 소감을 밝혔을 당시 큰 매력을 느꼈다"며 "계속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고 기회가 되면 꼭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후에 결국 오디션에서 운명처럼 만났다"고 털어놨다.
이재인은 2004년생으로 올해 만 21세가 됐다. 현재 화제 속에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도 박보영이 연기한 유미지 유미래의 어린 시절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10대 때와 너무 다른 역할로 다른 세상에서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대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며 성인이 된 후 도전하고 싶은 연기에 대해 "로맨스를 많이 해본 편은 아니었지만 '라켓소년단'과 '미지의 서울'이라는 작품을 촬영하면서 자신감이 생겨서 로맨스도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