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B·C 노선 민간투자사업이 공사비 상승과 자금 조달 문제로 첫 삽도 뜨지 못하면서 민자사업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재 GTX-A 역 모습. /사진=뉴시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C 노선 민간투자사업자들이 공사비 상승과 자금 조달 문제에 잇따라 봉착하며 사업 철수를 결정했지만 새로운 투자사와 시공사 간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사인 맥쿼리인프라의 뒤를 이어 IBK기업은행이 빠르면 다음 달에 투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TX-B 노선 사업은 올 3월 착공식을 치르고도 실질 공사는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다. 공사비 상승과 시공사 컨소시엄의 일부 이탈, 자금 조달에 차질이 겹치면서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GTX-B 사업의 대우건설 컨소시엄에서 DL이앤씨가 지분 4.5% 전량을 회수했고 현대건설은 20.0% 중 13.0%를 반납해 후선으로 물러났다. 롯데건설, 남광토건, 호반산업도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대보건설·HS화성 등 중견사들은 뒤를 잇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자금 투자에 나섰던 맥쿼리인프라도 GTX-B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다만 대체 금융투자사로 IBK기업은행이 거론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IBK기업은행과 다음 달 금융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고 빠르면 3분기 내에 착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GTX-B 사업의 추가 지분 반납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분 7.0%를 기반으로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GTX-B 노선은 2030년, C 노선은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자사업 한계 뚜렷… 수익성 보완 필요

GTX-B·C 민간투자사업이 공사비 상승과 자금 문제로 첫 삽도 뜨지 못하면서 민자사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GTX-A 노선 점검 모습. /사진=머니S DB

대형사들이 발을 빼는 배경에는 공사비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 공사비를 2.3~6.5% 인상하는 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공사비 상승률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약 30%에 달했다. 정부가 민간 공사에도 '물가 특례'를 적용키로 했지만 실제 반영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특례 적용 시 최대 4.4%의 공사비를 총사업비에 반영할 수 있다. GTX-C 기준 약 2000억원의 공사비 인상 효과가 있지만 GTX-C 노선은 기준일 이전인 2019년에 사업 계획이 수립됐음에도 실시협약 체결이 2023년으로 늦어져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 구간이 민자사업인 GTX-C 노선은 주관사인 현대건설과 한화 건설부문, 태영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아직 컨소시엄 이탈은 없지만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최초 계약 당시 단가로는 현재 시공 원가를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공사비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 부장은 "민간투자 인프라사업이 국민 편의를 위한 공익사업인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이후 원가가 상승한 부분을 반영해 물가 특례를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공공공사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이용해 저가 수주를 남용하는 시공사들의 관행 개선을 지적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산하 발주기관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지속해서 나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 이익이 나지 않고 적자가 발생하는 문제로 어쩔 수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GTX-A·B·C 3개 노선의 총 사업비는 현재 추정 기준으로 약 13조원에 달한다.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A 노선(파주운정-삼성) 3조7080억원 ▲B 노선 4조2894억원 ▲C 노선은 4조6084억원 등이다. 민자 비중이 큰 B·C 노선은 수익성 보장이 어려운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