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단지명 '라체르보 푸르지오써밋')이 입주를 한달여 앞두고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시공사와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 단지 전경. /사진=장동규 기자

"조합원들 입주는 계획한 7월에 문제 없도록 할 것입니다. 시공사와도 합의가 됐습니다."
"조합과 만나 대화했지만 여전히 공사비 조정을 진행중이고 입주는 정해진 바 없습니다."

입주 계획을 한달여 앞두고 공사비 조정을 진행중인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단지명 '라체르보 푸르지오써밋'·958가구)이 최악의 상황에 '입주 중단'이라는 위기에 봉착했다.


조합은 여전히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분양수익이 600억원대에 달하면서 공사적자가 300억원이라고 밝혀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오전 방문한 라체르보 푸르지오써밋은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상가 등에는 현장 분위기를 보려고 나온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도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대부분 라체르보 푸르지오써밋의 입주 문의였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며칠 동안 입주 지연 소문이 전해지며 전화가 많이 왔다"면서 "입주는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당7구역 조합장 B씨도 "이틀 전 서울시가 참여한 시공사와의 회의에서 공사비 증액 요구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청했다"면서 "7월 입주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입주 시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10일 조합, 서울시와 협의를 위해 만나 공사비 조정을 진행했다"며 "7월 입주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행당7구역은 지난 1월 대우건설이 조합에 총 169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증액 요청 내역에는 일반분양 홍보 비용과 무이자 사업 경비 정산, 마감재 상향 조정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이 포함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은 조합 설립 무효 소송과 시공사 교체 시도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곳"이라며 "지난해 8월 분양 후 100% 계약이 완료됐고 조합의 분양수익은 622억원 초과 달성했지만 시공사는 3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공사비 둘러싼 대우건설·조합 갈등

사진은 라체르보 푸르지오써밋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이번 사태에는 공사비 분쟁조정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 증액 적정성 검증 업무를 수행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정산 문제의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반분양 후 초과 수익이 발생한 구조에서 시공사와 조합간 이익 배분과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 4월 도입된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제도는 결과에 대해 법적 강제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 조합원은 "조합에 자금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시공사가 공사비 자료를 제시하면 지급해도 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실거주 수요가 많은 지역이고 왕십리역과 한양대역 도보권으로 학군이 좋아서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면서 "다만 조합원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입주권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