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주인공이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던 동생이 사라진 아파트를 찾는다. 동생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6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노이즈'는 청각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공포 스릴러 영화다. 단편 데뷔작 '선'으로 제66회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되고, 제12회 미장센단편영화제 '4만번의 구타'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수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김 감독은 이번 데뷔작을 통해 괄목할 만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현실 기반의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시작해 주인공의 정서적 변화에 따라 조금씩 호러 장르로 치닫는 장르 융합이 흥미롭다.

영화는 어린 시절 비극적인 사고로 부모를 잃고 청각 장애까지 갖게 된 주인공 주영(이선빈 분)이 생계를 위해 동생 주희(한수아 분)과 떨어져 살던 중, 갑자기 동생이 사라지게 되는 사건을 겪고 이를 밝혀내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노이즈' 스틸 컷

'노이즈' 스틸 컷

'노이즈' 스틸 컷

주영은 주희가 아파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투정을 부렸던 사실을 떠올린다. 주영은 사고 이후 청각장애를 얻게 돼 보청기를 껴야만 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있는 상황. 동생의 말을 듣고 보청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 보려 했지만, 주영이 들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러던 중 기숙사에 살던 주영은 갑자기 동생 주희가 연락 두절이라는 전갈을 받게 된다. 홀로 낡은 아파트에 앉아 동생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뒤져보던 그는 천장에서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소음을 듣게 되며 놀란다. 그 뿐만 아니라 '제발 조용히 좀 하라'며 문 앞에 협박성 쪽지를 써두고 "입을 찢어버리겠다"며 찾아와 위협하는 아랫집 504호 남자 근배(류경수 분) 때문에 오싹한 경험을 한다. 사라진 동생의 휴대폰에 녹음된 녹취록들을 들으며 혼란스러워하는 주영의 앞에 동생의 남자 친구인 기훈(김민석 분)이 주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찾아온다.

'노이즈' 스틸 컷

'노이즈'는 층간 소음이라는 소재를 두고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호러로 흥미롭게 풀어낸 영화다. '층간 소음'이라는 이슈는 알지 못하는 익명의 이웃을 귀신만큼 무서운 존재로 느껴지게 만들며 영화의 초반 서스펜스를 담당한다. 보청기 사용 여부에 따라 청각이 차단되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하는 주인공의 핸디캡은 예상보다 더 큰 공포감을 자아낸다. 청각이 차단된 상황에서 음성 인식기를 사용하는 주영의 휴대폰에 기괴한 글이 떠오르는 장면은 청각을 활용한 공포감을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는 시종일관 쫀쫀하게 흘러간다. 완급조절이 탁월하다. 초반부 주인공 주영이 꿈과 환상을 오가는 장면들을 통해 조금씩 호러의 영역으로 관객들을 몰고 가던 영화는 후반부 등장하는 아파트 지하실 신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선빈은 '술꾼 도시 여자들'이나 '소년시대' 등에서 보여줬던 밝은 모습을 벗고,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감정으로 치닫는 공포 영화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구현했다. '호러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줘도 아깝지 않을 변신이자, 열연이다. 러닝타임 93분. 오는 2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