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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1호 경제공약으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이 이르면 오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임시국회 내 통과를 못 박은 가운데 국민의힘도 전향적인 논의에 나서면서 여야 합의 처리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조항은 논의 과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계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과 소송 남발 가능성을 우려하며 졸속 처리를 경계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법안심사 1 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여야는 오는 2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상법개정에 대해 합의 처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부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2일 개최될 법사위 1소위에서 상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각 당의 의견을 법사위원들을 통해 전달해 내일 개정안 협상이 가능한 한 합의 처리될 수 있도록 의견을 일치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선회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초 상법 개정에 반대해온 국민의힘이 태도를 바꾼 것은 개미투자자 표심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법안일수록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우리도 전향적인 자세로 전화하겠다. 다수당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여야가 협의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처리하겠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태도를 바꾸면서 상법 개정안은 이달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늦어도 6월 임시국회 종료일인 오는 4일까지는 상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전날인 지난달 2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취임 후) 2~3주 안에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만큼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제정까지도 속전속결로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명문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감사 선출 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3% 제한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명칭 전환 등 5가지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이 공포한 즉시 시행(전자 주총 제외)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민주당은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 주총 도입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자 한층 강화된 내용으로 재발의했다.
상법 개정이 가시화되자 경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소송에 시달리고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며 법안 처리를 유예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외국계 투기자본의 '먹튀'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경제계도 주식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조성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남근 민주당 원내 민생 부대표는 경제단체와의 간담회 직후 "소송 남용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제도 보완 논의를 이어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상법 개정 후 부작용 완화를 위해 민주당은 상법상 특수배임죄 폐지, '경영판단의원칙' 명문화 등 제도적 보완 방안을 경제계와 협의해 마련할 계획이다.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 과정에서 3% 룰을 제외한 채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3% 룰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행사를 3%로 제한하는 규정으로 대주주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경제계는 이 조항이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대해왔다.
또 민주당은 상법 개정 과정에서 경제계의 우려를 반영해 추가 보완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상법 개정은 우리 주식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계가 우려하는 사항은 시행 이후라도 얼마든지 제도 보완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상법은 자본시장 전체의 규범인 만큼보다 신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경제계 의견을 반영할 최소한의 공론화 절차 없이 법을 처리하는 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