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부동산에 쏠린 대규모 자금의 자본시장 유입을 위한 '생산적금융 대전환 3차 회의'를 열고 경제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플랫폼 육성 과제들을 논의했다.
22일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 이 위원장 주재로 한국거래소 서울 사무소 19층 이사회 회의실에서 생산적금융 대전환 세 번째 회의가 열려 민·관·학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인터넷, 스마트폰, 자율주행 기술처럼 세상을 바꾼 기술과 혁신들은 정부의 과감한 투자 및 인프라 정비와 함께 민간의 창의성·실행력이 함께 발휘된 결과"라고 짚었다.
이어 "자본시장은 이러한 공공·민간 공동 혁신모델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미래 가능성을 선별해 위험을 감내하고 장기적 성장에 투자하는 만큼 가장 생산적인 금융의 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자본시장 인프라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금융권과 혁신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이날 논의안건으로 제시하고 이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방향도 소개했다.
벤처·혁신기업 '증권 전자등록' 활성화 지원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안건은 ▲벤처·혁신기업의 전자증권등록 활성화 지원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제도 개선방안 ▲대형 IB(투자은행)의 모험자본 공급계획 등이다.'전자증권제도'는 증권의 발행과 유통 등이 실물 없이 전자적인 등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전자증권제도는 증권발행 비용을 줄이고 실물증권의 분실과 위조를 방지하는 등 증권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9년 9월 도입·시행(전자증권법)됐다.
그동안 상장주식이나 채권 등 정형화된 대규모 투자시장에서는 전자등록이 자리 잡았지만 비정형·비상장 주식의 전자등록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위는 비상장주식 특화 전자등록기관을 허용해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이 단독 수행중인 증권 전자등록에 경쟁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동안 비상장주식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발행하거나 수기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주주권 증명이 어렵고 위·변조 범죄에 취약해 법적 안정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비상장주식 맞춤형 전자등록이 활성화되면 거래·관리의 투명성과 편의성이 제고될 전망이다. 비상장주식의 낮은 법적 안정성은 비상장주식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한 만큼 비상장주식 전자등록 활성화로 비상장주식 관련 분쟁 가능성을 낮추고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 보다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상장주식의 권리관계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로 활용돼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성공적인 안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전자등록기관끼리 경쟁 활성화를 통해 비상장주식 전자등록 서비스 편의와 속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1~6월) 중 법무부 등 관계부처·기관과 구체적인 허가심사기준(매뉴얼)을 마련하고 허가심사 위탁근거 마련 등 전자증권법령을 보완해 하반기부터 허가 설명회 등 관련 허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도 손보고 모험자본 활성화
기관전용 PEF(사모펀드) 제도 개선방안은 책임성·건전성을 제고해 PEF의 부작용을 방지하는 규율체계를 마련하는데 초점을 뒀다. 이 과정에서 해외와의 규제차익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게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업무집행사원(GP)의 책임성 확보를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PEF 운용 건전성 제고를 위해 감독당국 보고체계도 대폭 정비한다. 투자자 및 시장에 의한 규율을 강화하고 피 투자회사의 이해관계자 보호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이 같은 PEF 제도개선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의원입법)할 예정이며 신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형 IB의 모험자본 공급계획을 위한 방향 설멍에도 머리를 맞댓다. 회의에 참석한 대형 IB(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는 자본시장 혁신생태계의 핵심 금융업권 플레이어로서 향후 모험자본 투자를 적극 선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각 사는 다각도로 모험자본을 공급하기 위해 연도별로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했다. 대형 IB 5개사는 2025년 9월말 기준 5조1000억원의 모험자본 투자잔액에 더해 단계적으로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해 앞으로 3년 동안 총 15조2000억원을 추가 공급, 2028년 말까지 총 20조4000억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할 계획이다.
대형 IB의 모험자본 투자는 크게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로 구분되며 약 4.5대5.5의 비율로 고루 배분될 예정이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도 논의됐다. 코스닥 기관투자자인 BDC와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투자계획이 3년 동안 약 1조2000억원에 이르면서 코스닥의 안정적인 투자수요를 확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별 대형 IB들은 각 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각 사 특색에 맞는 모험자본 투자전략을 추진한다.
다만 모험자본 공급은 앞으로 발행어음이나 IMA(종합투자계좌)를 통한 각 사의 자금조달 규모, 건전성 및 시장상황 등 미래 여건에 좌우되기 때문에 이번에 제시된 계획은 확정된 수치가 아닌 가변적인 계획이다.
금융위는 업계 및 각 전문가들과 민·관 정례 협의체를 가동해 모험자본의 공급실적 및 계획 등을 논의·점검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한편 조달 및 운용 측면에서 걸림돌이 있다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생산적금융이 금융회사의 업무나 투자대상 변화에 그쳐서는 안 되고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속도감 있게 창출해야 한다"며 "앞으로 정책전달체계까지 꼼꼼히 챙겨 궁극적으로 '국민이 체감하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금융'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