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뉴스1) 이상철 기자 = '사직 아이돌' 김민석(21)이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두산 베어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처음으로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다. 롯데 팬들은 '롯데 시절' 김민석 유니폼을 들고 열렬한 환호로 김민석의 친정 방문을 환대했다.
김민석은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롯데와 원정 경기에서 7회초 대타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이날 롯데전은 '두산 선수' 김민석의 49번째 경기였는데, 그에게는 그 어떤 경기보다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2023년 신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돼 롯데의 미래를 이끌 재목으로 평가받던 김민석은 지난해 시즌 종료 후 두산으로 팀을 옮겼다.
불펜 강화가 필요했던 롯데는 두산에 김민석과 외야수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내주고 '신인상 출신' 투수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받았다.
두산은 지난 4월 4일부터 6일까지 롯데와 사직 3연전을 치렀지만, 당시 김민석은 부산 원정을 앞두고 경기력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었다.
부침을 겪던 김민석은 5월 30일부터 1군 엔트리의 한 자리를 차지했고,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치르기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김민석은 두산이 3-4로 추격하던 7회초 2사 2루에서 이유찬 타석 때 대타로 투입됐다.
김민석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헬멧을 벗고 관중석을 향해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에 롯데 팬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김민석의 친정 나들이를 환영했다. 김민석이 롯데에서 뛸 때 입었던 유니폼을 든 롯데 팬들도 적지 않았다.
김민석은 "(지난해 11월) 팬 페스티벌 이후 처음으로 사직구장을 찾았다. 타석에 들어갈 때 (사직구장이 익숙해서) 다른 구장보다 편한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많은 롯데 팬이 내 예전 유니폼을 들고 계셨다. 내가 기억하는 롯데 팬들도 있는데, 그분들을 오랜만에 뵙게 돼 반가웠다. 출근길이 평소보다 더 바빴다"고 말했다.
롯데 팬들은 김민석을 향해 '살살 해 달라'고 당부했는데, 공교롭게 김민석은 두 차례 타석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김민석이 두산 이적 후 사직구장 첫 타석에서 만난 롯데 투수는 '트레이드 맞상대' 정철원이었다.
7회초 2사 2루 찬스에서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될 수 있었는데, 노볼 2스트라이크에서 김민석이 때린 큰 타구가 좌측 파울 라인 밖으로 떨어졌다. 아쉬움을 삼킨 김민석은 이후 정철원의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8회초 또 한차례 타석 기회를 가진 김민석은 1루수 땅볼을 때린 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는데, 1루수 정훈의 베이스 터치가 더 빨랐다.
김민석은 "정철원 선수와 맞대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투수였기 때문에 빨리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파울이 된 타구는) 안으로 들어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찬스를 살리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민석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그는 "롯데 팬들이 그동안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셨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인사 후 롯데 팬들의 환대를 받았는데) 상상만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니까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