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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 예정이던 25%의 고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가까스로 피하게 됐다.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와 동일 수준의 관세율이 적용되면서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문 유지하게 된 것이다. 다만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제공하던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게 돼 경쟁력 약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31일 한국과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최종 합의했다. 이는 미국이 앞서 일본·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동차 관세율과 같은 수준으로, 한국도 뒤늦게나마 유사한 조건을 확보한 셈이다.
업계는 이번 합의에 대해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다. 일본·EU와 같은 관세율을 적용받으면서 최소한의 가격 경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산 자동차에만 25%의 관세가 부과됐다면 미국 내 가격 경쟁력 상실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네시스 G80(기본가 5만7100달러), GV80(5만8200달러), 쏘나타(2만6900달러), 투싼 하이브리드(3만3465달러) 등 주요 모델은 기본 가격은 경쟁 차종 대비 저렴하지만 25% 관세가 적용되면 메르세데스-벤츠 E350, 토요타 캠리, 라브4 하이브리드 등 15% 관세 대상 차종보다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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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관세 조정으로 한국 자동차 업계가 누려왔던 FTA 기반 무관세 혜택은 종료됐다. 그동안 한국은 FTA에 따라 자동차에 대해 미국 내 관세를 면제받아 왔고 이는 일본이나 EU산 차량과 비교해 약 2.5~5%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제공해왔다. 다만 상호관세 체계 전환으로 이같은 이점이 사라지며 일본·EU 차량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됐다.
정부와 업계는 당초 FTA 관세 감면 효과(–2.5%)를 유지하기 위한 관세율로 '12.5%'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최선을 다해 12.5%를 주장했지만 거기까지였다"고 설명했다.
관세율이 기존보다 인하됐음에도 완성차 업계의 부담은 여전하다. 한화투자증권은 15% 관세 적용 시 약 5조6000억원 규모의 손익 악화를 예측했고 유진투자증권도 피해 규모를 약 7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 EU와의 경쟁에서 FTA로 누리던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 상황"이라며 "한국은 전체 자동차 수출에 49%를 미국 시장에, 자동자 부품도 35%를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어 상당히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재편을 통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미국 조지아주의 차량 생산 확대 루이지애나주 철강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21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관세 인하로 자동차 부품에도 15% 관세가 적용됨에 따라 현지 부품 조달 체계 구축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