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의 지난해 타율은 0.310이었으나 올해 0.285로 떨어졌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메이저리그(MLB)는 올해도 '투고타저' 현상을 보인다. 날고 기는 선수가 많지만, 3할 타자는 매우 귀한 존재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타율은 0.246으로, KBO리그 0.260과 비교해 차이가 꽤 있다. 그나마 1년 전보다 소폭 나아진 수준이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타율 0.243을 기록해 역대 최저 타율(0.237)을 작성한 1968년 이후 2022년(0.243)과 함께 가장 낮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타자가 힘을 쓰지 못하는 무대라는 것은 변함없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올 시즌 타율은 메이저리그 출범 후 9번째로 낮은 수치다.

3할 타자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한국시간으로 22일 현재 기준,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1위는 0.329의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다. 그는 시즌 한때 '꿈의 타율 4할'에 도전했으나 방망이가 급랭하면서 타율이 많이 떨어졌다.

이어 조너선 아란다(0.316·탬파베이 레이스), 제레미 페냐(0.306·휴스턴 애스트로스), 윌 스미스(0.303·LA 다저스)가 뒤를 잇는다.

그리고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 프레디 프리먼(이상 0.303·다저스), 재비어 에드워즈(0.302·마이애미 말린스), 살 프렐릭(0.300·밀워키 브루어스)까지 총 8명이 3할 타율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없는 팀은 23개 팀이나 된다. 메이저리그는 2021년 이후 3할 타자가 14명-11명-9명-7명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올 시즌도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8명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

내셔널리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타율 1위 기록이 0.303까지 내려가 사상 초유 2할대 리그 타격왕이 탄생할 수 있다. 1876년 메이저리그가 출범한 뒤 2할대 타자가 리그 수위타자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는 타율 0.329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 AFP=뉴스1

메이저리그 타율이 떨어지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2010년대부터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1999년 타율 0.271까지 찍은 메이저리그는 2000년대 초반 2할6푼대를 유지했으나 2010년 타율 0.257을 기록한 뒤 하강 곡선을 그렸다. 2018년에는 0.248로 1972년(0.244) 이후 2할5푼이 무너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반쪽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부터는 매년 2할4푼대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23년 피치 클록과 베이스 크기 확대,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제한 등 규정을 도입해 박진감 넘치면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게 했다. 그럼에도 타율은 좀처럼 크게 오르지 않았다.

제한된 시간 안에 투구하거나 타격해야 하는 상황은 경기 시간 단축을 가져왔지만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았다. 또한 각 팀은 '현미경 분석'을 통해 수비 시프트의 정확성을 높여 안타를 막았다.

투수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도 3할 타자 기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51㎞를 넘는데, 2008년과 비교해 3㎞ 이상 빨라졌다. 팀마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150㎞대 직구를 어렵지 않게 던진다. ⓒ AFP=뉴스1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현역 시절에는 시속 100마일(약 160.9㎞) 이상의 공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흔한 공이 됐다"고 말했다.

공만 빨라진 게 아니다. 투수들의 변화구는 더 다양해지고 정교해져 타자들이 상대하기가 훨씬 힘들어졌다.

다만 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메이저리그 경기 득점까지 감소한 것은 아니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4.43득점이 나왔는데, 타율 0.251을 기록했던 2014년의 4.07득점보다 0.36점이 높다. 2014년에는 경기당 평균 홈런이 0.86개에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1.15개의 아치가 그려졌다.

이는 3할 타율에 대한 가치를 예년처럼 중시하지 않는 추세와 직결된다. 각 팀은 타율보다 득점 생산 능력을 상징하는 OPS(출루율+장타율)를 더 높이 평가한다.

즉 타율이 떨어져도 장타를 더 많이 치고 자주 출루하는 타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3할 타율이 타자의 절대적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예로 오타니 쇼헤이(다저스)는 지난해 타율 0.310을 기록했지만 올해 0.285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오타니의 OPS는 1.018로 지난해 1.036과 비교해 차이가 크지 않다. 안타가 적어도 홈런과 볼넷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았기에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