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다른 나라에 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커진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약속한 가운데 자칫 공급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진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 CBS방송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중국으로 최첨단 반도체를 팔도록 허락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첨단 반도체는 미국 말고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블랙웰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공급할지에 관해 "막 나온 새 블랙웰은 다른 모든 반도체보다 10년 앞서 있다"며 "다른 사람들(국가)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의 수출을 통제해 미국 내수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른 국가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 역시 중국은 물론 동맹국을 포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조치로 이어질 경우 한국의 엔비디아 칩 수주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젠슨 황 CEO는 지난달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0 서밋을 계기로 방한해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등 한국 기업에 총 26만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반도체 업계가 대대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란 낙관론이 번졌다. 블랙웰(GB200) 1개당 최신 HBM인 'HBM3E(5세대) 12단'이 8개가 탑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6만장 블랙웰에 탑재되는 HBM3E는 208만개 수준이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사실상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올해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79% 수준이다.

따라서 엔비디아의 대규모 칩에 들어갈 HBM을 한국 반도체 업계가 대부분을 가져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 3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11만1100원, SK하이닉스의 주가는 62만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엔비디아 칩 수출 통제 발언 이후 4일 오전 10시45분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보다 2.07% 떨어진 10만8800원, SK하이닉스는 3.87% 빠진 59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각에선 기우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이후에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동맹에는 엔비디아 최신 칩 수출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발언을 하나의 사안에 대한 입장을 빈번하게 뒤집는 경우가 많다"며 "현 시점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 전략을 신중하게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