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주는 연구(R&D) 단계가 아니라 산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와 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30~50년 뒤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겁니다."
김민석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한우협) 부회장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년 하반기 우주항공산업발전포럼' 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주산업을 연구개발(R&D) 중심에서 산업화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K스페이스 시대, 초소형 위성으로 여는 산업 생태계'를 주제로 열렸으며 국회·정부·산업계·학계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크리스마스 전날 조찬 포럼임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참석자가 몰리며 초소형 위성 산업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우주 패권 경쟁이 이미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우주 관련 행정명령을 언급하며 "2028년 유인 달 탐사, 2030년 달 전초기지 구축, 우주 작전 영역의 군사적 확장, '골든 돔'으로 불리는 우주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등이 명시됐다"며 "우주를 연구 대상이 아닌 산업과 안보의 핵심 영역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향후 우주 산업에 500억 달러(약 73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점을 짚으며 "정부가 명확한 사업을 제시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구조로 산업을 키우고 있다"며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과 유사한 방식으로 우주 산업을 전략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현실에 대해 김 부회장은 "올해 우주 예산이 9649억원, 내년 예산이 1조1201억원 수준이지만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에도 빠듯한 규모"라며 "이 예산 구조로는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최소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은 돼야 경쟁 구조를 만들고 산업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김 부회장은 "우주항공청의 미래 기획은 여전히 교과서적인 R&D 중심"이라며 "국방 분야가 실전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것과 달리 우주 산업은 산업 경쟁 관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주 산업은 항공이 기반인데도 항공 분야에 대한 정부 투자와 산업 기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초소형 위성에 대해서는 "현재 국내에서 경쟁적으로 산업화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분야"라며 "R&D를 넘어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과제이기 때문에 오늘 포럼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노스페이스의 '한빛-나노' 로켓 실패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가 임무를 부여하고 일정 부분 예산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민간 우주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김 부회장은 "지금은 우주 대항해 시대의 여명기"이라며 "이 시기를 놓치면 조선시대 말과 같은 전략적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여론이 함께 국회가 우주 예산을 확대하고 산업 육성 필요성을 깨닫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