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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손해보험사들에게 상생금융방안 마련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이 제시했던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인 2%보다 1%포인트(p) 높은 인하율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손보사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에게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하폭을 최대 3%인하 할 것을 요구했다.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만큼 지난해보다 더 내려야 한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당국은 인하시기도 내년 1월 책임개시일부터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해에는 12월에 발표해 올 2월 자동차보험료부터 인하했다. 당국과 손보사들은 이달 중 인하폭과 적용시기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보험료는 개별 손보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이 소비자 물가지수에 포함돼 있어 금융당국과 손보업계는 물밑 협상을 통해 자동차보험료 조정 수준을 결정해왔다.
매년 11~12월 비공식적으로 자동차보험료 인상 또는 인하 여부를 결정한 후 그 다음해 2~4월 책임개시일부터 적용한다. 구체적인 인상폭과 인하폭은 개별업체마다 다르지만 큰 틀은 합의한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여당)은 자동보험에서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서민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로 손보사들에게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부문 실적이 우호적인 것도 금융당국의 이 같은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 상위 5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기준 78.3%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 80%대를 밑돈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 실적(잠정)'에 따르면 국내 12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상반기 5559억 원으로 전년 동기(6265억 원) 대비 11.3%(706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6256억원보다 다소 적지만 2021년 상반기 4137억원보다는 많다.
보험업계는 당국의 무리한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자동차보험시장의 구조적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