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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을 비롯한 국내 재계 순위 상위 그룹의 건설 계열사들이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였다. 부동산 호황기에 공격적인 주택사업을 하며 매출 증대를 꾀했지만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19일 나이스(NICE)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48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은 지난 18일 증권사 등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400억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를 맞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시공능력 상위 건설업체들도 PF 연장 시 신용보강을 요구받을 만큼 시장 상황이 나빴다"면서 "태영건설의 경우 대출 연장을 했다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다시 발효되는 내년 초에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차입금 만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상환 또는 연장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오는 22일 전북 전주 개발사업 '에코시티'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어 29일엔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성북맨션 재건축사업 차입금 만기가 대기하고 있다. 내년 1분기에도 경기 광명 역세권 개발사업, 경남 김해 삼계동 도시개발사업, 경기 의정부 오피스텔 개발사업 등의 차입금 만기도 돌아올 예정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상반기 건설업체들의 현금성 자산 대비 PF 우발채무가 약 1배 안팎 수준으로 유동성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지만 금융기관이 건전성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보수적 리스크 관리로 선회할 경우 우량 건설업체의 자금경색이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