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독점 시장이던 원전 프로젝트에서 팀코리아가 지난해 프랑스 업체와 경쟁해 30조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프랑스 업체의 공정성 시비로 사업 추진이 수개월 지연됐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튿날에 본계약 체결의 쾌거를 이뤘다.

팀코리아가 수주한 체코 원전은 규모를 떠나서 K원전의 유럽 진출이라는 상징을 갖는다. 일각에선 저가 수주와 계약조건 독소조항을 문제 삼고 있지만, 유럽 원전의 독점 구조하에서 고가 수주가 이뤄져 왔고 해외 업체들이 경쟁에 배제돼온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원전 건설사업은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장시간 투자가 이뤄지는 국가 프로젝트다. 정부의 외교 지원이 중요하다. 우려되는 점은 그동안 국내 원전 기업들은 정권 리스크를 피할 수가 없었다.

5년마다 정권 교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보니 기업들은 원전 정책을 신뢰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원전 사업자들에 가늠할 수 없는 손실을 입혔고 원전 정책의 실패라는 불명예도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같은 문제 인식을 갖고 원전 정책의 현실을 직시했다.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지속해서 개발하되 '원전도' 계속 활용해야 한다는 불가피론을 펼쳤다. 대안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높인 소형모듈원자로(SMR)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 주요 공약에는 원전 관련 내용이 제외됐지만 이 대통령은 대선 토론에서 원전 사업의 중요성을 명확히 했다. 5월18일 토론에서 이 대통령은 "원전을 활용하되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가야한다"며 "기저 전력원으로서의 원전을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5월23일 토론에선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기저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강조하며 미국·일본·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체코 정상과도 통화했다.

태양광과 풍력, 수력을 활용한 발전소를 통상 재생에너지로 분류한다. 하지만 사실은 원자력 발전도 글로벌 기준에 따라 녹색에너지로 인정된다. 세계 환경 규제를 주도하는 유럽연합(EU)은 2022년부터 원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에너지를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녹색분류체계)로 규정했다. 논쟁을 거듭한 끝에 유럽 주요국이 내린 결론이다.

그린 택소노미는 EU 내 특정 에너지원의 친환경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택소노미 리스트에 포함돼야 기업들은 관련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전통적으로 환경 보호와 기업 규제, 부자 증세 등에 일관된 정책을 해왔지만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 26기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나라다. 미국(94기) 중국(57기) 프랑스(57기) 러시아(36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원전을 보유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전쟁, 미국 관세 정책으로 국가간 통상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새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기업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실용주의와 통합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김노향 머니S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