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면 포경수술에 관한 상담전화가 쇄도한다. 포경수술은 우리나라 남성의 80% 이상이 했을 정도로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때문에 아이들이 포경수술을 원하는 이유도 자신의 성기가 어른들과 같은 모양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동경심이 가장 크다.

청소년들은 포경수술을 어른으로 가는 통과의례로 생각한다. 게다가 에이즈를 비롯해 요로감염, 음경암, 성병, 여성의 자궁경부암 등의 발생을 어느 정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방학을 맞아 포경수술을 통해 어른이 되려는 아이들, 과연 포경수술은 필요한 것일까?

포경수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포경수술은 의학적으로 환상 절제술이라고 한다. 적당한 길이의 음경피부와 포피(귀두 주변을 둘러싼 피부조직)를 잘라내 귀두를 노출시키는 수술법이다. 그러나 포경수술에 대한 찬반논쟁은 여전히 식지않고 있다.

포경수술 반대론자들은 포경수술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포피를 잘라낸 뒤 드러나는 부위는 원래 점막으로 유지되는 곳인데 노출될 경우 귀두 각질화 등의 손상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강제로 노출된 귀두의 피부가 둔마되면서 성감이 둔해져 성인이 된 후 성생활에 문제가 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밖에 현대사회에선 샤워나 목욕이 활발해지고 세척제도 뛰어나기 때문에 포피 사이의 이물질 침투나 염증 등이 발생할 확률이 적기 때문에 굳이 포경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유럽의 한 전문가 집단은 ‘포경수술은 잔악한 남성 성기 절단행위’라고 주장했으며 구미권은 대체로 여기에 동의하는 편이다. 실제로 미국은 40%에 불과하며 유대교 및 이슬람 신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미권 국가에선 포경수술을 한 남성의 비율이 1∼10%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래도 포경수술을 하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우선 포경수술을 원하는 남성들 중 포피 분비물 때문에 염증이 생기는 사례가 흔히 발생한다. 또 자주 씻는다 해도 여전히 포피 주름에 이물질이 낄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염증, 감염 등을 예방하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포경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포경수술이 에이즈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포경수술로 음경이 산소에 노출되는 부위가 넓어지면, 공기와 적대관계인 '혐기성 미생물'은 줄어들고 산소가 필요한 '호기성 미생물'은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HIV는 대표적인 혐기성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포경수술을 받으면 HIV가 살아갈 환경이 그만큼 박탈되는 것이다. 즉 포경수술을 받으면 포피 점막조직이 제거돼 음경에 있는 생존환경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얘기인데 우리나라의 에이즈 발생 비율이 낮은 것이 포경수술을 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진성포경이라면 수술하는 것이 좋아

포경은 가성포경과 진성포경의 두가지 종류로 나뉜다. 가성포경이란 평상시에는 포피가 귀두를 덮고 있지만 손으로 포피를 당기거나 발기했을 때 정상적으로 귀두가 노출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굳이 포경수술을 받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이처럼 포경수술을 하지 않아도 발기 시에 포피가 젖혀진다면 포경수술은 스스로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부터 20세 사이에 대부분의 포피는 저절로 젖혀지기 때문에 부모들은 10대에 반드시 포경수술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낄 때까지 방향만 제시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진성포경이란 포피가 귀두를 감싸는 정도가 심해 포피를 당겨도 귀두의 노출이 매우 적으며, 심지어 발기까지 어려운 상태다. 과다한 포피를 수술로 절제해주지 않고 상태를 방치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진성포경은 포피가 음경을 꽉 조여 발기가 어렵고 음경 발육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크다. 또 귀두나 포피 사이에 세균이 번식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성포경일지라도 진성포경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수술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언제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예전에는 출생 직후 포경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유행 아닌 유행이었다. 하지만 신생아들은 시술 시 통각이 예민하게 전달돼 뇌세포에 손상을 준다는 학설이 발표되면서 출생 직후 수술을 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간혹 요로 확장과 같은 신체 이상을 갖고 태어난 경우에 요로감염을 예방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정도다.

최근에는 성기의 발육이 시작되는 사춘기 이후를 수술의 적정기로 본다. 어차피 포경수술을 한다면 환자가 국소마취 과정을 참을 수 있고 정신적으로 수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포경수술 역시 수술이기 때문에 종종 부모들은 포경수술의 안전성을 걱정하고, 청소년들은 수술로 인한 고통을 걱정한다. 하지만 포경수술은 매우 간단하고 안전한 수술 중 하나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최근에는 레이저 포경수술을 통해 통증과 출혈을 최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