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편한 여행지가 또 있을까. 공항에서 시내까지 20분, 시내에서 섬으로 나가는 데도 그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니 섬까지 가지 않아도 선착장과 경치 좋은 해안이 몇 걸음만 떼면 있다. 휴가의 효과와 효율을 동시에 누리는 곳, 코타키나발루다.
◆다섯 개의 크고 작은 섬
툰쿠 압둘라만(Tunku Abdul Rahman) 해양국립공원. 여행자에겐 코타키나발루가 곧 이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자가 코타키나발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지만 누구나 이 다섯개의 섬 중 하나는 가 보았을 것이다. 가야, 마누칸, 사피, 술룩, 마무틱 등 5개 섬으로 산호초와 열대자연이 어우러져 크고 작은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
가야 섬은 가장 큰 섬으로 고목림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고 바다와 밀림, 늪지가 공존한다. 사피, 마누칸 섬은 특유의 ‘섬 같은 느낌’으로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마누칸은 국립공원에서 가장 바깥 쪽에 떨어져 있어 외딴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다. 마무틱 섬은 가장 작고, 가장 가까이 있다. 그러나 이곳에 숙박 시설과 해양 스포츠센터 등을 갖추고 있어 이를테면, 가성비가 좋다.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게으른 일광욕을 하거나 스노클링, 다이빙 같은 해양스포츠를 즐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스노쿨링이다. 물안경을 쓰고 바닷물에 고개를 넣으면 물고기가 다리 사이로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깊은 바다도 아니고 사람들이 헤엄치는, 안전선 안쪽의 낮은 바다에 알록달록한 물고기가 지나간다. 마치 플라스틱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아서 오리발과 수영조끼에 의지해 물고기를 쫓아다니게 된다. 그렇게 물 속에서 자맥질을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지경이다.
하늘은 말할 수 없이 높고 아름답다. 흰구름이 높고 낮게 하늘 그림을 그리고, 파란 하늘은 바다색만큼이나 시시각각 변한다. 수영이나 해양스포츠에 흥미가 없다면 가만히 수건을 깔고 누워 하늘을 봐도 좋다. 그것만으로 평화로운 행복감에 젖어 든다.
“맛있어요~ 맛있어요~” 하는 소리가 들리면 점심식사가 준비됐다는 말이다. 이곳에도 한국인 여행자가 많이 찾으니 종업원들이 한국말을 배웠나 보다. 어눌한 발음이지만 본능이 일깨워 주는 소리를 놓칠 리가 없다. 테이블에 준비된 게, 새우, 오징어 등의 해산물과 바비큐를 한 점씩만 담아도 접시에 가득 찬다. 한참을 물 속에서 놀았으니 모두가 꿀맛이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사람들은 하나, 둘씩 섬을 빠져나간다. 그렇게 오후로 접어들면 이 섬들은 온전히 숙박을 택한 여행자들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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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셀톤 포인트(Jesselton Point)는 여행자들에게도 포인트가 된다. 현지 투어의 중심지이고,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툰쿠 압둘라만 해양공원 등 아일랜드 투어를 위한 페리나 보트를 탈 수 있다. 대합실에는 현지 여행사 부스들이 있어 투어 프로그램에 합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자는 꼭 한번쯤 이곳에 들르게 될 것이다. 패키지 여행을 왔어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어 시티투어의 필수 코스이기 때문이다.
‘제셀톤’은 영국인 사업가의 이름이자 코타키나발루의 옛이름이다. 그리고 제셀톤 포인트는 코타키나발루의 가장 대표적이고 역사적인 선착장이다. 영국군이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발을 디딘 장소이고 그들은 이곳에 항구도시를 건설했다. 그러니까 19세기 후반이다. 북보르네오가 영국령이 되면서 1899년부터 이곳 제셀톤의 역사가 시작됐다. 사람들을 고용하고, 공사를 하고, 급료를 주고….
결국은 말레이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빼앗아 갔다. 광장을 따라 놓인 기찻길 역시 영국이 건설한 것이다. 이 기찻길을 통해 말레이시아 곳곳으로 갈 수 있었고, 반대로 말레이시아의 자원이 이 길을 통해 나갔다. 항구에 남은 기찻길은 경쾌한 느낌이 식민지 수탈의 극명한 흔적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쨌든 제셀톤 포인트가 여행자의 광장임은 확실하다. 커다란 아치문 안으로 들어서면 광장과 함께 코타키나발루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오래된 사진들이 벽을 따라 붙어있다. 기념품점, 식당, 커피숍, 풋살장 등이 있어 여행자와 현지인이 언제나 북적거린다. 일몰 시간이 다가오면 레스토랑과 카페가 더 활기를 띤다.
탄중아루 해변의 석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낮에 이곳에서 수영, 파도타기, 다이빙 등을 즐기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해변이 아름다운 만큼 근처 리조트와 호텔은 언제나 만실이고, 바닷가 테이블에는 일몰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들로 빈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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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 주립 모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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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셀톤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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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중아루 |
코타키나발루에는 높은 건물이 없다. 땅이 넓기 때문에 굳이 올려 지을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코타키나발루 시내에서 외곽으로 나갈 때 커다란 건전지 같은 건물이 하나 보인다. ‘야야산사바’라는 이름의 옛 주정부청사 건물이다. 세계적으로 외기둥 건물이 3개 있는데 이것이 그 중 하나다. 외기둥 공법은 건설도 어렵고 불안정해 많이 기울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빈 건물이지만 코타키나발루에서 유일한 도시적인 볼거리이자 언제 철거될 지 모르는 건물이라 여행자들은 차에서 내려 사진 한 장씩을 찍는다. 건물의 원래 이름은 말레이시아의 독립운동가이자 서민의 영웅이었던 ‘툰 무스타파’ 빌딩이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독립 이후 여러가지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고, 부정축제 등의 이유로 건물의 이름 또한 빼앗겼다.
사람들은 이슬람 사원을 의아해한다. 흔히 불교 신도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 국가이다. 물론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무슬림이 약 60.4%이고 뒤이어 불교도가 19.4%로 상당수가 이슬람 교도다. 때문에 길거리에서 히잡을 입은 여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에는 ‘사바 주립 모스크’가 있다. 보통 모스크는 첨탑의 개수로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데, 이곳은 4개의 기둥으로 사바 주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다. 돔과 첨탑은 고풍스럽고 건물 자체는 모던한, 양식의 조화가 돋보이는 건물이다. 늦은 오후 해자에 비치는 물그림자가 상당히 아름답다.
코타키나발루에 역사적 볼거리는 그리 많지 않다. 대신 자유와 휴식이 있다. 바다는 평화롭지만 그 속에 액티비티가 있다. 움직일 것인가, 고요히 쉴 것인가 선택만 하면 된다.
● 여행 정보
☞ 한국에서 코타키나발루 가기
한국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뿐 아니라 진에어, 이스타젯 등 저가 항공도 직항 운항을 하고 있다.
< 주요 정보 >
툰쿠 압둘라만 해양공원
http://www.sabahparks.org.my/eng/tunku_abdul_rahman_park/
툰쿠 압둘라만은 말레이시아의 왕족이자 초대 총리 이름이다. 말레이시아 독립의 아버지, 또는 말레이시아의 아버지로 불린다.
제셀톤포인트, 수트라하버 등의 선착장에서 가고 싶은 섬을 정해 승선표를 살 수 있다. 선착장마다 가격차이가 조금 있고, 5개 섬 중 몇 군데 섬에 갈 것인지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왕복티켓을 끊을 경우 돌아오는 배 시간을 미리 정하고 간다.
‘코타키나발루 현지에 가면 호텔을 비롯해 제셀톤 포인트, 센터포인트 등에서 현지 여행사 프로그램을 계약할 수 있다. 승선비, 스노쿨링 장비 대여, 점심식사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이용한다.
제셀톤 포인트
티켓 카운터 오픈시간: 오전 8시~ 오후 6시
jesseltonpoint.com.my
< 음식 >
Secret Recipe: 다양한 형태의 아시안 음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망고케이크다. 현지 음식이 잘 맞지 않을 경우 망고를 아낌없이 넣은 케이크 한조각으로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다. 센터포인트, 와리산스퀘어 등 여러 곳에 레스토랑이 있다.
http://www.secretrecipe.com.my
< 숙소 >
Tanjungaru Resort & Spa : 아름다운 해변에 위치한 그림 같은 리조트다. 스파가 있어 휴양 리조트로써 모든 것을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http://www.shangri-la.com / 문의전화: (60 88) 327 888
Sutera Harbour Resort: 수트라하버에 위치하고 있어 툰쿠 압둘라만 해양공원으로 여행하기 편리하다. 객실에서 보는 일몰이 아름답고,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리조트이기도 하다.
http://www.suteraharbour.co.kr / 문의전화: (한국전화) 02-752-6262
[email protected]
Minggarden Hotel : 대형호텔로 단체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호텔이다. 가격 대비 객실이 깔끔하고, 야외수영장과 헬스장,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http://www.minggardenhotel.com / 문의전화: (60 88) 528 888 / [email protected]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