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중구 중앙동에 위치한 '담'은 ‘웰빙’을 구현하고 있는 한우전문점이다. 식당에서, 특히 고깃집에서 웰빙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육류 섭취 자체가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담'의 강진명 대표는 좋은 식재료 확보가 웰빙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 '담'은 어떻게 웰빙을 구현했나
'담'의 웰빙 포인트는 무엇일까. 1⁺1등급 이상 암소 한우, 박달재 참숯, 황토 화덕, 구리 석쇠 등은 퀄리티에 좀 신경 쓴다 하는 고깃집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도구들이다. 그러나 '담'이 다른 고깃집보다 더 ‘웰빙’하고 있는 부분은 음식의 근간이 되는 기본 식재료들에 있다. 

신안 증도에서 받아 온 천일염은 간수를 뽑고 손수 볶아 사용한다든지, 직접 담근 장을 활용해 음식을 만든다든지, 모든 음식은 매장에서 만들고 조미료는 절대 쓰지 않는다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고깃집에서 실행하기 힘들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여기에 덧붙여 유기농 쌈 메뉴를 완성하기 위해 우리나라 1호 유기농 채소 박사를 만나러 가고, 좋은 소금을 찾으러 신안 함초 박사를 만나고 온 일을 더하면 강 대표의 웰빙 지향은 다소 집요함이 느껴질 정도다. 

강 대표는 국내에서 들을 수 있는 요리 수업은 모두 찾아다니면서 배웠다. 얼마 전에는 효율적인 채소 섭취에 대해 연구하는 채소 소믈리에 과정도 마쳤다. 한 번 꽂히면 이론이든 실전이든 끝까지 파고드는 강 대표의 성격이 '담'의 웰빙 구현 첫 단계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식당 음식은 식재료가 하향 평준화 돼있다. 싼 재료로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집이 있으면 좋은 식재료로 고급 요리를 만드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서민 식당이나 고급 식당이나 식재료 수준이 똑같이 낮다는 것이다. 

음식의 가장 기본은 식재료인데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은 식재료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자극적인 양념에 맛을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식재료를 경시하는 경향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서구식 식생활과 운동부족 등으로 생활습관병이 크게 늘어난 현시점에서 좋은 식재료로 만든 균형 잡힌 식사는 국민건강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다. 고깃집 반찬은 밥상에서 엑스트라 같은 존재로 취급된다. 

단순히 고기를 더 많이 주문하게 하는 역할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강 대표는 육류를 섭취하면서 소화를 돕고 식사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로서 밑찬 구성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 남들이 좋다고 하니 우르르 따라가는 것은 문제
강 대표는 식재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한 식당에서 ‘무슨 식재료를 쓴다더라’, ‘반찬으로 무엇을 낸다더라’ 하면, 그 원리도 모른 채 우르르 따라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담'은 고깃집에서 명이나물을 도입한 1세대 한우 전문점이다. 울릉도에서만 재배됐던 명이 나물은 부산을 통해 맨 처음 판매가 시작됐고, 고기 소화를 돕는다는 효능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명이나물이 열풍이 불었다. 

수요가 늘면서 울릉도산 명이 나물 가격이 10배 이상 뛰었다. 명이 나물은 산마늘 잎으로서 약간의 마늘 성분이 포함되어 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고기를 소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성분은 깻잎에 훨씬 많이 포함돼 있다. 

마늘 성분을 섭취하려면 명이나물보다 마늘을 먹는 것이 훨씬 도움된다. 이제는 국내산 명이나물 가격이 높아져 값싼 중국산을 수입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몸에 좋은 식재료로 반찬을 구성하겠다는 처음 의도는 온데간데없다. 

소금도 마찬가지다. 강 대표가 좋은 소금을 찾으려 서해안 바닷가를 쭉 돌아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좋다고 입소문 난 천일염을 사서 쓰고 있었는데 막상 그 염전에 가보니 위생 상태가 엉망이었다. 

그 뒤로는 직접 발품 팔아 염전과 보관창고까지 눈으로 확인하면서 가장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집을 찾아 직접 거래하게 됐다. 남들이 좋다더라 하는 것만 듣고 식자재를 선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좋은 식자재를 찾는 데에 투자를 아끼면 안 된다고 강 대표는 말한다.


◇ 조미료 안 쓰는 식당이 착한 식당?
'담'에서 한 번도 조미료를 써 본 적이 없다는 강 대표도 ‘조미료를 안 쓰면 착한 식당’ 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는 반감을 표했다. 일본의 경우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서 싸고 푸짐하게 제공하는 식당과 좋은 식자재를 사용해 비싼 값에 파는 식당이 정확하게 나누어져 있다. 

손님들은 건강한 먹거리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조미료를 쓰지 않으면 음식에서 감칠맛이 빠지게 되고 그만큼 고기나 뼈를 우려 천연 육수를 내야 한다. 

식당에서 조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 육수를 만들어 쓰는 것을 본 손님들은 기꺼이 그 대가를 지불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계형 식당에도 ‘NO MSG’를 강요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추가 비용은 아무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식당 사장님만 죽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구매력 있는 동네에서 장사해도 1인분 1만 원짜리 떡볶이를 만들어 팔면 정색하는 손님들이 많다. 

좋은 식재료를 선호하고 웰빙에 대한 니즈가 있으면서도, 정작 아무도 값비싼 태양초 고춧가루 가격을 치르려 하지 않는다. 강 대표는 ‘한국은 웰빙 음식점을 운영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설명한다.

◇ 웰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현
굳이 좋은 식재료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 강 대표는 “말하자면 사명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생계형 식당에서 이렇게 좋은 식자재를 쓰고 음식 연구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담'은 부산에 기반을 두고 있는 크루즈 기업 ‘팬스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원가비율이 높은 편이라 고깃집 간판을 달고 있으면서도 식당 운영으로는 이윤을 거의 남기지 못하고 있다. 팬스타 납품 수익으로 식당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팬스타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기업 이미지도 있어서 최대한 좋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담'의 음식에는 팬스타가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건강한 음식, 좋은 음식으로 보답하려는 의지가 ’웰빙‘으로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