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새해 버킷리스트
새로운 해가 시작됐다. 시간은 늘 변함없이 똑같은 속도로 흘러가지만 인간은 시간이라는 나무줄기에 마디를 만들 때마다 심기일전(心機一轉)한다. 올해도 여러분은 저마다 이루고 싶은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한국판으로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부제로 개봉된 영화다. 잭 니콜슨이 재벌사업가 에드워드 역을, 모건 프리먼이 자동차정비사 카터 챔버스 역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재벌사업가 에드워드와 자동차정비사 카터는 죽음을 앞두고 암 병동의 병실을 함께 쓴다. 카터는 문득 대학생 시절 철학교수가 과제로 내줬던 버킷리스트를 떠올리고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적어 본다. 버킷리스트는 '죽다'는 뜻의 속어인 '버킷을 차다'(kick the bucket)에서 나온 말이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죽음을 앞둔 카터에게 이 리스트는 그저 꿈일 뿐이다. 같은 병실을 쓰게 된 재벌사업가 에드워드 역시 카터의 버킷리스트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죽음이라는 공통된 주제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를 느꼈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병실을 뛰쳐나간다. 이들의 버킷리스트는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몸에 문신하기, 카 레이싱하기, 스카이다이빙하기, 눈물 날 때까지 웃어보기 등이다.

이들은 하나씩 실행할 때마다 적어 놨던 항목을 지워나간다. 버킷리스트의 목록이 다 사라질 무렵 두사람은 결국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들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는 '화장한 재를 깡통에 담아 경관 좋은 곳에 두기'다. 이를 위해 에드워드의 비서는 히말라야 산에 등반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돌로 작은 방을 만들고 그 속에 화장한 재가 든 깡통을 놓아 영원한 안식처를 만들어 준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만의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꼭 죽음을 앞두지 않더라도 10년 이내에 하고 싶은 일 혹은 40대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이다. 단기적인 계획 목록도 좋지만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갖고 하나씩 실행해 보면 어떨까. 이 리스트에는 비단 회사업무와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활 속에서, 자신의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꼭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면 된다.

부모님께 전화하기, 존경하는 선생님 찾아뵙기, 일요일에 자녀와 함께 야외에 나가기 등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던 일을 끄집어내 시간을 투자해보자. 스스로의 생활을 보다 가치 있고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해에 해볼 만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