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활짝 웃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결실을 본 터라 그의 웃음에는 뜨거운 눈물도 섞여 있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70차례에 이르는 지루하고 힘들었던 2014년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협상에 합의하며 두 손을 맞잡았다. 양측은 기본급 3만7000원(2.0%) 인상, 격려금 150%(주식 지급)+200만원 지급, 상여금 700% 통상임금에 포함, 특별휴무 실시 등의 조건에 합의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사진제공=현대중공업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를 이끌던 권 사장은 노사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9월14일 구원투수로 복귀했다. 출근하자마자 권 사장은 “경영진에 등을 돌린 노조를 설득해야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며 회사 정문에서 비를 맞으며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파업 자제를 호소하고 회사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세계 최강 조선업체의 명성을 되찾자고 당부했다.

권 사장의 이 같은 노력은 조합원들의 신뢰로 이어졌고,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단초가 됐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업황이 부진한 데다 저가 수주로 인해 추가로 털어내야 할 부실 등이 산더미다. 작년에 3조원 이상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권 사장은 자신했다. “노사가 힘을 합친다면 못해낼 것이 없다. 새해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노사가 함께 전진해 나가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