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항우와 유방의 고사를 인용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움직임을 비판했다.


왕 부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사드 레이더 범위는 한반도 방위 수요를 크게 넘어 아시아 대륙 한복판으로 침투한다"며 "항장무검 의재패공"이라고 말했다. 이 성어는 '항장(항우의 사촌)이 칼춤을 추는 의도는 패공(유방)을 죽이려는 데 있다'는 뜻이다. 사드 배치를 '유방(중국)을 겨누는 항우(미국)의 칼춤'에 비유한 것이다.

이 고사는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천하 패권을 다투던 긴박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기원전 206년 항우의 책사 범증은 진나라 수도 함양(현재 시안) 인근 홍문에서 대규모 연회를 열었다. 세력을 키우던 유방을 초청해 죽이려는 계획이었다. 항장은 범증의 지시로 칼춤을 추는 척하면서 유방의 목을 노렸다. 이를 알아챈 유방의 책사 장량은 급히 한나라 장수 번쾌를 불러 "항장무검 의재패공"이라며 유방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유방은 항우를 누르고 한나라를 세우는 데 성공한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은 14일 일제히 왕 부장의 '항장무검'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왕 부장은 또 같은 인터뷰에서 "사마소지심 노인개지(사마소의 야심은 길 가는 사람도 안다)"라는 말도 했다. 조조가 세운 위나라의 대장군 사마소는 4대 황제였던 조모(조조의 증손)를 허수아비 취급했다. 조모는 "사마소의 야심"을 외치며 직접 사마소를 공격했으나 실패했고, 위나라는 멸망의 길을 걷는다는 내용이다.

왕 부장은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다는 것은 명백하다'는 의미로 이 성어를 인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북핵 3대 마지노선'이라며 "첫째, 한반도에 핵무기가 존재해선 안 된다. 북쪽과 남쪽 모두 스스로 만들어도, 가져와 배치해도 안 된다. 둘째,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선 안 된다. 한반도의 전쟁과 혼란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셋째, 중국의 정당한 안보 이익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왼쪽) /사진=뉴스1
중국 왕이 외교부장(왼쪽)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