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도심 경찰서 내에서 경찰관에게 염산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뿌려 다치게 한 30대 여성이 "평소 친절하던 사람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전모씨(38·여)는 이날 오전 8시45분쯤 관악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사무실에 과도를 들고 찾아와 "경찰이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책상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렸다.


경찰관들이 과도를 빼앗고 전씨를 복도로 데리고 나와 진정시키는 사이 전씨는 휴대용 보온병에 들어 있던 염산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박모 경사(44)의 얼굴에 뿌렸다.

박 경사는 얼굴과 목, 앞가슴 등에 3도 화상을 입고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전씨를 말리던 경찰관 3명도 얼굴과 손등 등에 액체가 묻어 부분적으로 3도 화상을 입었다. 현재 정모 경위와 서모 경장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퇴원했으며 2주 동안 드레싱 등 외래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전씨를 특수공무방해치상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전씨는 보온병에 담긴 물질이 염산이며 인터넷에서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씨는 2013년 9월 해당 팀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교제 재개를 요구하며 찾아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을 한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이버수사팀에 고소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씨의 고소를 각하했다.

이후 전씨는 지난달 8일 자신이 사는 건물 1층의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로 용의자로 특정돼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전씨가 "나를 잘 아는 박 경사에게 물어보라"며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전씨는 "과거 고소 사건 담당자로서 친절하게 상담해준 박 경사가 이번에도 나에 대해 잘 얘기해 줄 것이라 생각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아 범행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쯤 전씨를 특수공무방해치상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전씨에게 정신과 병력이 있는지 등에 대해 추가로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 3층 사이버범죄수사팀 앞 복도에서 염산테러가 발생해 박모 경사 등 4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 치료중이다. /사진=뉴시스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 3층 사이버범죄수사팀 앞 복도에서 염산테러가 발생해 박모 경사 등 4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 치료중이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