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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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이르면 11일부터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에 돌입한다. 그동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각축을 벌였던 자산관리시장에 은행이 가세함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은행들은 일임형 ISA에 비교적 높은 금액을 운용하는 고객들의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투자일임업 등록인가를 받은 7개 은행 가운데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 등 4개 은행이 오는 11일 일임형 ISA를 출시한다. 이어 5월에는 부산·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도 일임형ISA 판매를 시작한다. KEB하나은행은 6월 전산통합 이후 일임형 ISA를 판매할 방침이다. '외환-하나'로 따로 관리하던 전산을 통합해 안전성, 수익성을 갖춘 ISA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수수료 부담 적은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결합

은행들의 일임형ISA는 로보어드바이저와 PB(프라이빗뱅커)를 결합해 사람과 로봇이 함께 하는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편입상품을 제안하면 자산배분결정위원회 등이 이를 참조해 최종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자산관리전문가들이 직접 자산관리전략을 제안하는 것보다 수수료 부담이 적고 분산투자 등 안정적인 투자를 계획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사(advisor)를 합친 말로 자동화된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안전한 자산관리 전략을 세워준다. 이전까지 고액자산가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전문자산관리서비스를 대중화한 핀테크서비스 중 하나다.


IBK기업은행은 안정추구형과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에 각각 2개의 모델포트폴리오, 안정형에 1개의 모델포트폴리오 중에서 3개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형’으로 분류된 포트폴리오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분석한 편입상품을 사람이 참고해 ‘플러스형’은 랩 어카운트 전문가가 직접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신한은행도 로드어드바이저 전문업체인 데이터앤애널리틱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ISA 전용상품에 로보어드바이저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및 위비뱅크를 통해 제공한다.

◆원금손실 리스크 적은 중위험MP 강점 


자산관리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은행의 일임형 ISA의 성과는 운용력, 즉 모델포트폴리오(MP)의 수익률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공격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 증권 일임형ISA보다 뒤처질 수 있으나 안정적·지속적인 수익률은 은행의 일임형ISA가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일임형ISA의 공격형 MP의 기대수익률은 약 6~7%다. 저금리시대에 6~7%의 수익률을 얻기 위해선 은행들도 녹인(Knock-In)이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파생상품을 배치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은행의 일임형ISA는 수익률이 낮아도 원금손실 리스크가 적은 파생상품 위주로 구성할 예정이다. 

기존 일임형 ISA는 환매조건부채권(RP),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등 기존 증권사가 취급하면서 수익을 낸 주력상품으로 구성됐다. 은행은 주요 고객의 자산운용이 증권사에 비해 보수적인 만큼 일임형 ISA에 대다수 초위험군의 모델 포트폴리오(MP)는 제외시킨다. 원금을 보장하면서 4~5%의 수익을 내는 지수연동예금(ELD) 등이 일임형 ISA상품이 될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증권사의 일임형ISA보다 단기수익률이 낮지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일임형 ISA를 제시할 것"이라며 "투자의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고객이라면 은행의 일임형 ISA에 투자해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자산관리 전문성이 취약한 은행들은 계열증권사로부터 운용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또 고객위탁자산 평가경험이 많은 외부 전문인력을 영입하거나 평가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한다. 

KB국민은행은 펀드평가회사인 KG제로인과 일임형 ISA 컨설팅 업무에 나선다. KG제로인은 연기금을 포함한 38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788조원 규모의 위탁자산 평가경험을 축적한 펀드평가사로 고객에게 전문적인 운용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신탁형ISA의 가입비중이 높지만 수익률 기대가 높은 일임형ISA 판매가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일임형ISA 판매에서 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와 제휴사의 역량을 통해 증권사와 판매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