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잉 홈페이지
/사진=보잉 홈페이지

무거운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려면 엄청난 기름이 소모된다. 보잉의 B747-400를 기준으로 보면 비행기 무게만 181톤에 달한다. 승객과 화물, 기름까지 추가되면 적어도 300톤 이상의 무게를 하늘에 띄워야 한다. 이 비행기의 연료통이 21만리터이고 최대 항속거리가 1만3450km 수준이니 최대 수준으로 운항한다고 해도 1리터에 고작 64미터를 이동하는 셈이다.
인천공항에서 1만1000km쯤 떨어진 뉴욕에 한번 가려면 유류값이 낮아진 요즘이라 해도 수천만원의 기름값이 든다. 이에 비행기 제조사들은 비행기의 ‘연비’에 해당하는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가장 직접적인 노력은 신소재를 통해 항공기의 무게를 줄이고 효율 높은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에도 한계가 있다.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드는 비용이 항속거리 개선효과보다 커졌다. 그런 가운데 최근 ‘날개’에서 연비개선 포인트를 찾는 항공기 제조사들이 등장했다.

◆ ‘연비’ 위해 날개 꺾는다


우리가 공항에서 마주치는 비행기의 절반 정도는 날개가 뒤로 조금 휘어있다. 라이트형제가 초기에 만든 비행기나 경비행기에 달린 직사각형 날개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뒤로 꺾이고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후퇴익’은 날개의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전투기에 채택됐는데 민간 여객기에도 적용됐다.

후퇴익이 처음 개발된 것은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였지만 여객선에선 ‘항속거리’를 높이기 위해 적용된다. 최근의 전투기처럼 극단적인 후퇴익을 택하지 않고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도한 후퇴익은 이륙 시 양력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아 더 많은 기름을 소모하게 한다.

하지만 후퇴익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좁아진 형태의 날개 끝단에서 공기의 소용돌이 현상인 ‘와류’가 집중발생하는 것. 와류가 과도히 발생할 경우 안전에 치명적이며 운항 효율에도 많은 손실을 끼친다.


이런 와류를 억제하기 위해 비행기 제작사는 ‘윙렛’(winglet)을 개발했다. 공항에서 보는 여객기의 절반 정도는 주날개 끝이 꺾여있는데 이 꺾인 부분을 칭하는 말이다. 이곳에 주로 항공사 로고가 그려져 있다 보니 광고판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윙렛은 19세기 말 개발됐다. 영국의 프레드릭 W. 랜체스터가 날개 끝에 수직으로 패널을 세우면 와류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특허를 출원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비행기에 적용된 것은 20세기 말부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리차드 위드컴이 윙렛을 고안하며 항공기의 주요 구조물 중 하나가 됐다. 대형 여객기 중에서는 1985년 보잉 747-400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보잉 747-400은 윙렛이 장착되지 않은 보잉 747-300보다 항속거리가 3.5% 늘었다.

◆ 다양한 윙렛들

항속거리를 늘린 윙렛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항공기 제작사들은 앞다퉈 윙렛 개발에 나섰다. 에어버스는 1985년 윙팁 펜스(Wing-tip fense)를 A310-300에 적용했다. 각 날개 끝에 뾰족한 구조로 장착된다.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와 공동개발한 A330Neo 샤크렛.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와 공동개발한 A330Neo 샤크렛. /사진=대한항공

보잉은 2002년 737NG에 처음으로 블렌디드 윙렛(Blended Winglet)을 적용했다. 이 윙렛은 날개 끝에 거의 직각으로 세워진 윙렛 대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진다. 기존 윙렛보다 더 높은 안정성과 항속거리를 보이며 이륙소음도 줄인다는 게 보잉 측의 설명이다.

에어버스 역시 기술을 발전시켜 ‘샤크렛’을 개발했다. 블렌디드 윙렛보다 끝이 뽀죡한 형태다. 현재 에어버스 A330에 적용되는 네오 샤크렛은 대한항공과 공동개발한 제품이다.

보잉 737 맥스(MAX) /사진=보잉
보잉 737 맥스(MAX) /사진=보잉

대한항공은 보잉 B787 항공기에도 국제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는데, 보잉 B737 맥스(MAX)의 날개에 들어가는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윙렛(Winglet)도 공동개발했다. 높이 3m가량의 두 갈래로 나뉜 날개 끝단 장치다. 대한항공이 생산해 납품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외관상으로 봤을 때 윙렛 개발에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윙렛의 적용을 통해 실질적인 항속거리 증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조 설계뿐 아니라 일체형 복합재 구조물 제작 기술, 부품별 제작 상태를 고려한 초정밀가공기술, 특수형상과 협소한 공간에서 수행 가능한 비파괴검사(NDI) 기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