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사진=진안군청
마이산./사진=진안군청

겨울산행은 특별하다. 들이쉬는 숨이 얼어붙을 지경에도 산을 오르다 보면 적당한 땀이 몸을 달군다. 추위와 더위가 기분 좋게 공존한다. 1억년 전 호수 바닥이 지각변동에 의해 융기돼 기이한 봉우리 한쌍이 솟았다. 불끈 솟아 마주한 두 봉우리는 말의 귀를 닮아 마이산이라 부른다. 이번 주말은 이 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연의 걸작으로 떠나보자.
흰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금당사./사진=한국관광공사
흰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금당사./사진=한국관광공사

◆비를 내리는 괘불탱이 있는 사찰, 금당사
마이산 산행은 남부 진입로에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겯기 좋은 길이기도 하거니와 자연스레 단군을 받드는 이산묘와 금당사, 탑사 등을 거치게 된다.

매표소를 거쳐 식당가를 지나면 금당사가 모습을 보인다. 제일 먼저 눈길을 붙잡는 건 금당사 석탑이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기단부의 가운데 돌이 다른 돌로 대체된 것이 보이고, 상륜부도 나중에 얹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삼층석탑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원래는 오층석탑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금당사석탑(전라북도문화재자료 제122호)은 작고 초라해 보여도 대웅보전 안 금당사목불좌상(전라북도유형문화재 제18호), 금당사괘불탱(보물 제1266호)과 더불어 금당사가 보유한 몇 안 되는 문화재 중 하나다. 금당사목불좌상은 가운데 본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협시보살을 둔 삼존불상이다. 삼존불 중 본존불인 아미타불만 문화재로 지정됐다.

금당사석탑./사진=한국관광공사
금당사석탑./사진=한국관광공사

금당사괘불탱은 극락전 옆 작은 전각에 걸려 있다. 통도사쾌불탱(보물 제1351호), 무량사미륵불괘불탱(보물 제1265호)과 함께 장엄형 괘불탱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가뭄 때 괘불을 내걸고 지성으로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는 전설이 있다.
80여 기의 돌탑이 세워진 탑사./사진=한국관광공사
80여 기의 돌탑이 세워진 탑사./사진=한국관광공사

◆신기한 돌탑의 나라, 탑사
마이산은 말의 귀처럼 생긴 봉우리만큼이나 신비한 돌탑을 품고 있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탑사의 돌탑이다. 일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석탑이 아니다. 엄지손가락 만한 작은 돌멩이에서 호박 만한 돌덩이까지 자연석을 쌓아올린 돌탑이다. 돌탑을 조성한 이는 이갑룡이란 사람이다. 그는 수행을 위해 마이산에 들어와 도를 닦던 중 ‘억조창생 구제와 만민의 죄를 속죄하는 석탑을 쌓으라’는 신의 계시를 받아 30여년간 돌탑을 쌓았다고 한다.

80여기의 돌탑은 오방탑, 33신장군탑, 중앙탑, 일광탑, 월광탑, 약사탑 등 이름도 특이한 데다 크기도 다르고 쌓아올린 모습도 제각각이다.


주 탑인 천지탑은 대웅전 뒤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한쌍의 부부처럼 높이 13m의 탑 2개로 이뤄졌다. 접착제로 고정한 것도 아니고 돌에 홈을 파서 서로 끼워 맞춘 것도 아니다. 돌탑들은 어지럽게 돌무더기가 놓여 있는 것 같지만 강풍에도 끄떡없다. 마이산이 자연이 빚은 최고의 걸작이라면 탑사의 돌탑은 인간이 만든 역작이라 할 만하다.

탑사에서 은수사 가는 길./사진=한국관광공사
탑사에서 은수사 가는 길./사진=한국관광공사

◆말의 귀를 닮은 두 봉우리, 마이산

마이산은 두 봉우리가 쫑긋 세운 말의 귀를 닮아서 유명해졌다. 생긴 모습이 독특해 봄에는 돛대처럼 보인다 해서 돛대봉, 여름에는 머리에 난 뿔처럼 보인다고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에는 화선지에 묵화를 치는 붓 모양 같다고 해 문필봉이라 한다. 두 봉우리에는 전설이 내려온다. 아득한 옛날 신선 부부가 마이산에서 자식 둘을 낳고 살았다. 하늘에 올라갈 때가 돼 남신이 “등천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니 밤에 떠납시다”라고 말했다.
여신은 무섭다는 이유로 새벽에 떠나자고 했다. 새벽에 떠날 즈음 물 길러 나온 동네 아낙이 신선을 보고 놀라 소리치자 하늘에 오를 수가 없게 됐다. 남신은 “네 말을 듣다 이 꼴이 됐구나”라며 여신에게서 자식을 빼앗고는 그 자리에 바위산이 돼 주저앉았다. 전설을 들어서일까. 새끼 봉우리 2개가 붙어 있는 모습의 숫마이봉은 두 아이를 거느리고 있는 형상이고, 암마이봉은 죄책감 때문인지 반대편으로 고개를 떨군 채 후회하는 듯한 모습이다.
  
은수사에서 천황문까지 계단을 따라 오른다./사진=한국관광공사
은수사에서 천황문까지 계단을 따라 오른다./사진=한국관광공사

마이산은 지질학적으로도 신비함을 품고 있다. 암마이봉 상단 부분을 보면 폭격을 맞은 듯 크고 작은 구멍이 여럿 보인다. 이는 타포니(Tafoni·풍화혈) 현상 때문이다. 풍화작용이 바위 내부에서 시작해 내부가 팽창되면서 밖에 있는 바위 표면을 밀어내 형성된 것이다. 마이산 암벽이 오랜 시간에 걸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자갈 성분의 암석이 떨어져 나가 벌집 모양의 구멍이 생겨난 것이다. 마이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타포니 지형이 발달한 곳이다.
탑사에서 은수사를 거쳐 암·수 마이봉 사이 천황문까지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천황문은 일반적인 문이 아니라 물이 갈라지는 분수령이다. 암마이봉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 숫마이봉 남쪽으로 흐르는 물은 섬진강의 원류가 된다.

<자료 및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