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보험]
#. A씨(50)는 얼마 전 남편 B씨(55)가 등산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병원에 가보니 B씨는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뒤였다. 부인 A씨는 남편 B씨의 상해보험으로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로부터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청구권자인 B씨만 청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본적으로 보험금 청구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자가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부득이한 경우 대리인이 보험금을 청구해야 할 상황도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원칙상 대리인에게 보험금을 대신 지급하지는 않는다. 보험사기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난감한 상황을 피하려면 미리 지정대리인을 세워두면 보험계약자가 아니라도 보험금을 수령할 방법이 생긴다. 이때는 미리 지정대리청구인서비스특약에 가입해 두면 된다.


◆'배우자·3촌 이내 친족' 보험금 대신 수령

지정대리청구인서비스특약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할 경우 가족 등 다른 사람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보험계약자가 미리 대리청구인을 지정해놓는 제도다. 위 사례처럼 가족이 불가피한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대비해 미리 지정대리인을 정해두는 것이다.

지정대리인은 아무나 세울 수 없다. 보험수익자와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 하고 있는 배우자, 3촌 이내의 친족만 가능하다. 친구나 회사동료 등을 세울 수는 없다.

보험사들은 이 서비스를 특약으로 운용한다. 처음 보험에 가입할 특약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나중에라도 특약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계약자가 치매나 혼수상태 등의 상황에 처하면 대리청구인이 보험사가 정하는 방법으로 청구서, 증명서 등을 제출해 보험금을 받는다.


다만 모든 보험상품에 이 특약이 있는 게 아니어서 약관을 확인하거나 보험사에 문의해야 한다.

대리인이 준비해야 할 구비서류는 청구서(회사양식)와 신분증, 사고증명서, 보험수익자의 인감증명서, 보험수익자와 대리인의 가족관계등록부 및 주민등록등본 등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치매 위험이 있는 고령의 부모나 평소 야외활동을 즐기는 배우자가 있다면 미리 지정대리인을 세워두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치매위험↑ 대리청구 절실한 고령자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이 서비스가 매우 유용할 수 있어 전계약 부문으로 지정대리인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계약자의 고령화는 최근 몇년 동안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전체 보험계약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5%에서 2017년 18%로 늘었다. 65세 이상 보험계약자가 전체 보험계약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6%에서 9.2%로 증가했다.

고령자는 운동기능 저하, 신체적 노화, 인지능력 저하 등으로 보험금 청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와 같은 지적능력 저하가 발생하면 보험금 청구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고령 보험계약자들이 이 대리청구서비스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일부 독거노인들 경우 지정대리인을 세울 만한 사람이 없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승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정대리인을 신청하기 힘든 독거노인은 시설직원이나 홈헬퍼가 청구 승인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관련 제도를 만들어 65세 이상 고령계약자 전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