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낮 광화문 인근 저가 커피 브랜드 앞에 음료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모여있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더벤티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가 줄 지어 있는 모습. /사진=신소민 기자

"스타벅스가 월등히 나은 점이 없는데 가격은 메가커피 두 배가 넘으니 안 간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달린 한 댓글이다. 최근 블라인드에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직원이 게시한 글이 화두가 됐다. '스타벅스 말고 메가커피, 컴포즈커피에 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제목의 글에는 '가격'이라는 답변이 지배적이었다. 이밖에 "매장이 너무 시끄럽고 의자가 불편하다"거나 "지인을 만날 때는 개인 카페에 가고, 스타벅스는 받은 기프티콘 처리하러 혼자 가는 곳" 등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가치관이 변했다. 과거 스타벅스를 독보적인 커피 브랜드로 인식했던 소비자들이 점차 저가 커피 브랜드로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메가커피, 스타벅스 맹추격… 소비자 '가심비' 저격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가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및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4년 주요 커피 전문점 실적 및 가맹점수 추이. /그래프=뉴스1

지난해 메가커피는 55.1%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무서운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메가커피의 영업이익률은 21.7%로 스타벅스(6.1%)를 크게 웃돌았다. 낮은 가격을 감안했을 때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보다 높은 수익성을 달성한 셈이다. 메가커피의 아메리카노는 1800원(hot), 2000원(ice)으로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의 아메리카노(4700원)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저가 커피 브랜드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달 7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34개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평판은 ▲1위 스타벅스 ▲2위 메가커피 ▲3위 이디야 ▲4위 투썸플레이스 ▲5위 컴포즈커피 ▲6위 빽다방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저가 커피 브랜드가 순위권에 대거 포진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가 브랜드, 절반 가격으로 다양한 메뉴 즐길 수 있어 좋아"

저가 커피 브랜드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대다수는 '가격'을 이유로 꼽았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는 올해 아메리카노 가격을 4500원에서 4700원으로 인상했다. 물가 상승에 메가커피도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었지만 인상한 가격은 고가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이다. 메가커피는 지난 21일 아메리카노(hot)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인상하고,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변동 없이 기존 가격(2000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빽다방과 컴포즈커피의 아메리카노 역시 1500원(hot), 2000원(ice)으로 낮은 가격이다.

저가 브랜드를 애용하는 박건우씨(28)는 "커피를 좋아해서 하루에 한 잔은 꼭 마시는데 가격이 비싸면 부담된다"며 "점점 더 저렴한 커피를 찾게 돼서 집과 가까운 빽다방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 커피의 맛은 차이가 거의 없는데 가격은 2~3배까지 차이 난다"며 "원래 마시던 빽다방 커피와 비슷한 양의 커피를 투썸에서 주문했는데 5000원이 넘었다"고 토로했다.


이해지씨(25) 역시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퀄리티가 만족스러운 빽다방, 리터킹, 봄봄과 같은 저가 커피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평소 커피보다 카페인 없는 음료를 주로 마시는데 스타벅스는 논 카페인 메뉴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가격은 훨씬 높아서 부담스럽다"며 "저가 브랜드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딸기 딜라이트 요거트 블렌디드는 6500원인 반면 메가커피의 딸기 요거트 스무디는 3900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높은 가격에도 굳건히 1위 자리 지키는 '명불허전' 스타벅스

지난해 스타벅스가 매출 3조1001억원을 달성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사진은 광화문 인근의 스타벅스. /사진=신소민 기자

매출로만 보면 여전히 스타벅스가 1위 자리다. 지난해 스타벅스는 3조100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3조원의 벽을 넘었다. 영업이익 역시 1908억원으로 1위다. '스타벅스가 있는 곳이 곧 상권'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접근성도 좋다. 스타벅스는 보통 매장이 넓고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많은데 브랜드 특유의 통일성 있는 인테리어도 돋보인다. 지인과 대화하거나 공부하는 등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이유다. 텀블러와 컵, 다이어리 등 스타벅스만의 독보적인 굿즈 역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평소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조승희씨(27)는 "적당한 가격에 안정적인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어 스타벅스를 자주 방문한다"며 "저가 브랜드는 원두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려워 선호하지 않는데 스타벅스의 커피는 깊고 균형 잡힌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세계, 전국 어디에서든지 균일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스벅 vs 메가' 싸움에 등 터지는 중가 브랜드…"경기 침체가 원인"

브랜드마다 차이 나는 특색으로 커피 소비문화가 양극화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고가 혹은 저가 커피를 선택한다. 이모씨(25)는 "컴포즈는 가격이 저렴한데도 아메리카노가 맛있어서 평상시에 자주 방문하지만 스타벅스는 기프티콘 선물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자주 간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에서는 오히려 아메리카노나 라떼보다 가격대 있는 특별한 메뉴를 선택한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커피 소비 양극화 배경에는 경기 침체가 자리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카페인을 충전하려고 카페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저가 커피 브랜드는 워낙 가맹점이 많아 접근성이 좋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스타벅스 커피 소비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가성비를 추구해 저가 커피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스타벅스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목적에 따라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선택한다. 이 교수는 "고가 브랜드를 소비하는 목적은 과시성, 고급제품에 대한 소유욕이고 저가 브랜드는 가성비가 주목적"이라고 밝혔다.

커피 소비 양극화로 오히려 이디야 같은 중가 브랜드는 포지션이 모호해졌다는 반응도 있다. 스타벅스처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는 아니지만 메가커피처럼 압도적으로 커피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가 커피 브랜드인 이디야는 매출과 가맹점 수가 모두 줄었다. 이디야의 지난해 매출은 24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줄면서 2년 연속 매출 역성장했다. 전국 30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했던 이디야의 매장은 2805개로 줄었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커피 브랜드의 양극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커피뿐만 아니라 경제가 어려우면 원래 소비 패턴은 양극단으로 나뉘기 때문에 어정쩡한 중가 브랜드 매출이 자꾸 떨어지는 것"이라며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