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에게 외면받던 중형세단시장이 부활의 조짐을 보인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양대산맥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쏘나타, K5로 불을 지핀 덕분이다. 여기에 르노삼성자동차의 마지막 세단인 SM6가 각종 혜택을 더해 버티는 형국이다. 화려한 디자인과 첨단기술로 중무장한 쏘나타와 K5의 사이에서 어느덧 출시한 지 4년이 넘은 SM6가 경쟁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물론 2016년 출시 후 지금껏 13만대 이상 팔린 SM6의 저력을 무시할 순 없다. 분명 그 차만의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쏘나타, K5에 밀려 점점 잊혀져 가는 SM6를 되돌아보기 위해 3개 차종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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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 /사진=르노삼성자동차 |
누가 더 잘 달릴까
쏘나타, K5, SM6의 2.0 가솔린 모델을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했다. 쏘나타와 K5의 성능은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0.0kg.m으로 동일하며 자동 6단 변속기가 맞물린다. SM6는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0.6kg.m의 성능을 발휘하고 자동 7단 변속기가 조화를 이룬다. 출력은 쏘나타, K5 형제보다 약하지만 토크가 좀 더 높다. 한강진역 인근에서 남산도서관까지 평도로와 오르막, 그리고 곡선구간이 적절히 배치된 약 4km 거리를 쏘나타, K5, SM6와 함께 해봤다. 쏘나타와 K5의 제원상 주행성능에는 차이가 없어 ‘껍데기만 다른 똑같은 차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직접 타보니 뭔가 달랐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쏘나타보다 K5가 좀 더 빠릿빠릿하게 반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SM6는 초반 가속 시 다소 답답한 감이 있다.곡선구간에서는 3차종 모두 운전자가 핸들을 조작하는 대로 곧잘 따라왔다. 시속 60km 속도에서 같은 구간을 돌았다. 편차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은 SM6가 가장 컸다. 3차종 모두 발끝에서 전해지는 잔진동이 조금씩 있는 편이다. 승차감은 K5, SM6가 비교적 단단하고 쏘나타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편이다. 중형세단 구매를 고려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연비는 어떨까. 쏘나타가 리터당 13.3km의 연비로 가장 앞선다. K5와 SM6의 연비는 리터당 13.0km, 12.0km 수준이다. 짧은 거리를 체험해 연비측정은 불가했다. 차주들은 운전 패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실주행연비가 공인연비보다 2~3km/ℓ는 더 잘 나온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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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세단 3종 크기 비교. /표=김민준 기자 |
디자인은 여전히 쓸만하다
쏘나타와 K5의 디자인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출시 전부터 ‘파격적’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를 정도였다. 플랫폼이 같아 쌍둥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디자인은 개성이 확실히 다르다. 쏘나타는 전체적으로 볼륨감 있는 모습을, K5는 날카롭고 역동적인 인상이다. 쏘나타는 보닛 위를 타고 올라가는 주간주행등이 눈에 확 들어온다.K5는 포드의 스포츠카인 머스탱을 떠올리게 하는 촘촘하고 작은 전면부 그릴과 번개가 내려치는 듯한 형상의 주간주행등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후면부는 쿠페형 스타일의 K5가 좀 더 역동적인 느낌을 주지만 리어램프는 다소 무난한 편이다. 둥글게 원을 그리는 듯한 리어램프의 쏘나타가 좀 더 신선하다.
SM6가 쏘나타, K5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디자인이라고 본다. SM6는 쏘나타, K5와 디자인 성향이 분명 다르다. 앞선 두 차종이 ‘파격적’이라면 SM6는 쉽게 질리지 않는 ‘무난’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다. 바깥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형상인 르노삼성 특유의 C자형 LED 주간주행등은 불필요한 라인을 최소화한 심플한 디자인에 포인트를 준 듯하다. 전체적으로 볼륨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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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아래로)K5, 쏘나타. /사진=각 사 |
편의·안전사양은 ‘넘사벽’
편의 및 안전사양은 현대·기아차를 따라갈 수가 없다. 차선중앙유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등 주행보조기능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음성을 통한 차량제어, 사이드미러를 보지 않아도 되는 후측방 모니터, 스마트키 조작만으로 좁은 주차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디지털키 등은 다른 브랜드 대비 독보적으로 앞서가는 부분임에 틀림없다.SM6는 요즘 차의 기본인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도 없다. 센터페시아의 8.7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다. 보통은 가로형을 선호하지만 르노삼성은 세로형이다. 디자인을 제외하면 SM6가 쏘나타와 K5에 앞서는 부분이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