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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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으로 규모가 커진 A기업은 기존 건물에 늘어난 인원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다. 더 큰 건물을 물색하던 중 신축이면서 건물 공간 대부분을 장기 임대할 수 있는 X건물을 발견했다. 건물주인 B사와 협의 끝에 X건물에 장기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A기업의 계열사인 C기업도 협업을 위해 같은 건물을 쓰게 됐다.
C기업은 X건물의 2개 층을 전차해서 사용하기로 하고 건물주인 B사에 동의도 구했다. B사가 A기업과 C기업 간 전대차계약에 동의하면 세 기업 간의 법률관계는 어떻게 될까.

임차인A와 임대인B간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고 전대인A와 전차인C가 B의 동의를 얻지 않고 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문제가 생긴다. 전대한 부분이 아주 일부거나 전대 행위가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빼고는 B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해 버릴 수 있다.


B의 동의를 얻어 계약을 체결하면 어떨까. B와 A 사이의 임대차계약은 유지되고 A와 C사이에 새 전대차 계약이 성립한다. 물론 B와 A의 법률관계는 전대차계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B가 전대차계약에 동의해도 A에게 임대차계약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A에게 차임을 청구하거나 A가 계약불이행 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전대차계약도 원칙적으로 종료된다.

다만 임대차계약이 해지 통고로 종료되고 임대물이 적법하게 전대됐을 때 B는 C에게 사유를 통지하지 않으면 해지로 C에 대항할 수 없다. B와 A의 합의로 계약이 끝나도 C의 권리는 소멸되지 않는다.

B와 C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발생하지 않아도 C는 B에게 법적의무를 부담한다. 즉 C는 전대차계약에 따른 수선요구, 비용상환청구 등의 권리를 전대인인 A에게 행사할 수 있을 뿐 B에게는 그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하지만 C는 A에게 전대차계약상 의무 외에도 B에게 전차목적물 보관의무, 임대차계약 종료 시 목적물반환의무, 차임지급의무 등의 의무를 부담한다. B는 임대차계약 당사자가 아닌 C에게 직접 차임을 달라고 할 수 있다. 이때 C는 A에게 차임을 지급했다고 B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다.

물론 C가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다. C는 A에게 부담하는 의무 이상으로 B에게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A도 임대차계약상 부담하기로 한 내용보다 더 큰 부담을 C에게 지울 수 없다. C는 B가 차임을 요구하면 임대차계약이나 전대차계약에 따른 의무 중 부담이 적은 쪽을 택하면 된다.

이때 A와 C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전대차계약상의 차임을 감액하도록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 민법 제630조 제1항은 C가 B에게 직접 부담하는 의무 범위가 변경돼도 전대차계약의 내용 변경이 전대차에 동의한 임대인보호를 목적으로 한 민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C는 변경된 전대차계약의 내용을 B에게 주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1호(2020년 4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