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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의 '태풍의 눈' 로고. /사진=로이터 |
그는 1942년 태어나 부친인 이병철 삼성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부터 삼성그룹 2대 회장으로 그룹을 이끌었다. 이후 수많은 통념을 깬 과감한 결단과 긴 안목으로 위기의 순간을 넘기며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삼성을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큰 업적을 남겼음에도 자동차 마니아 이건희 회장은 '자동차'를 통해 그룹을 키우려던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 현 '르노삼성자동차'의 전신이 바로 이 회장이 큰 뜻을 품고 1995년 설립한 '삼성자동차'다.
이 회장의 지시 아래 1990년 초부터 자동차 사업을 준비했고 1994년 11월 정부로부터 승용차 시장 진입을 허가받았다. 이후 1995년 3월 부산시 강서구 신호동 일대에 공장을 짓고 '삼성자동차'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 회장은 1992년 에버랜드 내에 한국 최초의 자동차 경주장을 짓기도 했다. 당시 코스는 총길이가 2.125km였고 2011년 리모델링을 마치고 17개 턴을 갖춘 길이 4.3km의 국제규격 서킷으로 다시 태어났다.
1998년 중형 세단 SM5를 선보이며 현대 '쏘나타'의 아성을 흔들며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만 해도 그의 꿈이 실현되는 듯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발생하며 그룹 계열사 정리에 따라 새 주인을 찾아야 했다. 1999년 6월 삼성자동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 회장은 사재 2조8000억원을 출연하며 회생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2000년 프랑스 르노가 삼성자동차의 지분 70%를 인수하며 같은해 9월 '르노삼성자동차'가 출범했다.
삼성자동차는 닛산자동차의 모델을 들여와 생산 및 판매했고 르노는 닛산과 얼라이언스를 맺으며 협업을 시작한 점 등이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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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시된 르노의 경상용차 '마스터'에는 그룹 로장주 로고가 들어있다.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
르노삼성자동차에는 이 회장의 흔적이 남아있다. 회사를 상징하는 '태풍의 눈' 엠블럼과 '삼성' 브랜드가 그것. 현재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생산한 제품에 '태풍의 눈' 엠블럼을 붙이며 해외 수입 차종엔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을 붙여 판매한다. 전시장의 핵심 색상은 '파랑'에서 르노의 상징인 '노랑'으로 바꿨다.
이처럼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삼성의 흔적이 하나 둘씩 사라지며 이건희 회장의 꿈은 멀어져 갔지만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기차와 자동차 전장사업에 무게를 두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는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한다. 삼성SDI는 BMW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하며 세계적 품질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현대자동차와도 협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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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영태 기자 |
전장사업은 2015년 관련 사업부서를 신설한 이후 2016년 11월 주당 112달러, 인수총액 80억달러(약 9조3800억원)에 '하만'을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하만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OTA(무선통신을 이용한 SW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의 전장 사업분야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오디오시스템에선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는 등 독보적 지위를 자랑한다.
관련업계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핵심 역량에 힘을 쏟은 만큼 새로운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시도로 이룰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며 "자동차 패러다임이 바뀌는 가운데 핵심사업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오히려 더 큰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