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전반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스널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전반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스널의 재계약 잔혹사가 이어진다. 메수트 외질에 이어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까지 거액의 주급으로 묶어둔 선수들이 구단 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징크스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부진이다.
아스널은 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이날 경기에서 왼쪽 측면공격수로 나선 오바메양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득점은 커녕 유효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통계전문 매체 '옵타'에 따르면 오바메양이 아스널 이적 이후 풀타임을 뛴 홈경기 중 유효슈팅을 올리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경기에서 아스널 선수들 중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한 선수는 골키퍼 베른트 레노를 빼고 총 3명이었는데 여기에는 오바메양도 포함된다. 팀의 주포이자 주장이라는 이름값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오바메양이 시즌 내내 이같이 부진에 빠졌던 건 아니다. 오바메양은 바로 직전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2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근접했다. 8월 초 열린 FA컵 결승전에서도 멀티골을 넣으며 아스널에 우승컵을 안겼다. 9월 중순 치른 풀럼과의 2020-2021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도 득점하며 팀의 3-0 승리를 견인했다.

공교롭게도 오바메양이 침묵하기 시작한 건 그가 재계약을 맺은 시점과 일치한다. 아스널 구단은 개막전(9월12일) 나흘 뒤인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바메양과의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계약기간 3년에 주급만 35만파운드(한화 약 5억1300만원)에 달하는 큰 규모다.


하지만 계약서에 서명한 뒤 오바메양에게서는 골 소식이 오히려 드물어졌다. 재계약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7경기 동안 단 1골, 그밖에 유로파리그에서 1골만 집어넣었다. 그나마도 필드골은 2골 중 1골에 그친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지만 기묘할 정도로 초반 득점이 가물었다.

오바메양이 침묵하자 아스널도 위기를 맞았다. 개막전에서 3-0 쾌승을 거뒀던 아스널은 이후 가진 프리미어리그 7경기에서 단 6골에 그쳤다. 경기당 1골을 채 넣지 못한 셈이다. 모든 탓을 오바메양에게만 돌릴 수는 없으나 팀의 핵심 공격수가 침묵한 것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그 사이 순위는 4승4패 승점 12점으로 11위까지 떨어졌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일단 오바메양에 대한 비판을 유보했다.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아르테타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바메양의 포지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가 올바른, 혹은 잘못된 자리에서 뛰고 있다고 지금 우리가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그가 다시 골을 넣게 되면 이런 논쟁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널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은 재계약 이후 점점 폼이 하락하더니 이번 시즌에는 아예 리그 출전 명단에서조차 제외됐다. /사진=로이터
아스널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은 재계약 이후 점점 폼이 하락하더니 이번 시즌에는 아예 리그 출전 명단에서조차 제외됐다. /사진=로이터
아스널은 불과 2년 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2018년 2월 팀 역사상 최고 대우이자 오바메양과 비슷한 35만파운드에 외질과 4년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외질도 당시를 기점으로 점점 하향 곡선을 탔다. 재계약 다음 시즌인 2018-2019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4경기 5골 2도움에 그쳤다. 직전 시즌 리그 26경기에서 4골 9도움을 올린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성적이었다.

결국 외질은 아르테타 감독 부임 이후 점점 출전 시간이 줄어들더니 올해는 아예 프리미어리그 선수단 명단에서 제외되는 굴욕까지 겪었다. 외질이 명단에서 제외된 시즌 오바메양은 재계약을 맺은 뒤 부진에 빠져있다. 외질이 겪었던 재계약의 저주를 오바메양이 언제 풀어내느냐가 오바메양 본인의 재활약은 물론 향후 아스널의 시즌 성적까지 좌우할 새로운 문제로 급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