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2020 FIFA 푸스카스상 수상자에 등극했다. /사진=FIFA 공식 홈페이지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2020 FIFA 푸스카스상 수상자에 등극했다. /사진=FIFA 공식 홈페이지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이자 토트넘 홋스퍼의 간판 공격수 손흥민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한국 선수 중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FIFA 어워즈)에서 푸스카스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푸스카스상은 1950~1960년대 유럽을 풍미했던 헝가리의 전설적인 골게터 페렌치 푸스카스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09년 제정됐다. 1년 동안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수여된다. 수상자는 투표를 통해 선정되며 투표에는 팬(50%)과 전문가(50%)들이 참여한다.


히오르히안 데 아라스카에타(플라멩구),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득점 당시 FC바르셀로나)와 최종후보에 오른 손흥민은 투표 결과 총 24점을 획득, 두 선수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손흥민에게 푸스카스상 트로피를 안긴 골은 지난해 12월7일(현지시간) 나온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전 득점이다. 당시 손흥민은 토트넘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공을 잡은 뒤 단독 드리블을 시작, 상대 선수 4~5명을 따돌리고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의 수상은 한국축구에 있어 새 이정표와 같다. 손흥민 이전 11명의 푸스카스상 수상자가 있었지만 한국 선수는 손흥민이 최초다. 아시아로 범위를 넓혀도 지난 2016년 모하메드 수브리(말레이시아) 이후 두번째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날 손흥민에게 보낸 축전에서 "한국 축구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박수를 보냈다.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흰색 유니폼)이 지난해 12월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단독 드리블을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흰색 유니폼)이 지난해 12월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단독 드리블을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손흥민의 푸스카스상 수상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일찌감치 예상돼왔다. 손흥민의 번리전 득점은 2019-2020시즌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골(12월)과 올해의 골을 연이어 석권했다. 3월에는 런던 풋볼 어워즈 올해의 골도 가져갔다. 득점과 관련한 다양한 상을 수상하며 푸스카스상 수상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스카스상 수상은 '쾌거'로 평가된다. FIFA는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나온 모든 득점을 잠재적 후보로 한다. 각 국 프로축구리그 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와 A매치, 클럽대항전에서 나온 골도 가능하다.

여자축구도 후보에 포함된다. 이번 FIFA 어워즈에서도 여자축구선수 실리 크루즈(코스타리카)와 캐롤린 웨어(스코틀랜드)가 후보 선정 단계에서 손흥민과 경쟁했다. 수상은 차치하고 최종후보에 드는 것만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려도 수상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FIFA 어워즈의 '올해의 남녀 선수상'의 경우 각 나라 대표팀 감독과 주장, 200명의 언론인, 그리고 팬투표를 25%씩 반영해 수상자를 정한다. 반면 푸스카스상은 온라인 팬투표가 50%, 전문가 투표가 50% 반영된다. 전문가 의견의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팬들의 입김이 강해진다. 즉 팬과 전문가들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는 골이어야 한다.

이 탓에 수상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푸스카스상 후보에는 가레스 베일의 오버헤드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러닝 시저스킥, 라일리 맥그리의 '뒤꿈치 골' 등 화려한 골장면이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최종 수상은 수비 두명을 제치고 반대편 골문을 찌른 모하메드 살라의 골이었다. 

살라의 골 역시 고난이도긴 했으나 다른 경쟁자들에 비하면 경기 중요도나 강렬한 인상 면에서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FIFA는 '월드 베스트11에서 살라를 제외한 데 따른 위로용 시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올해 손흥민도 쟁쟁한 경쟁자들과 최종 투표에서 맞붙었다. 아라스카에타의 득점은 페널티박스 끄트머리에서 기록한 중거리 오버헤드킥이었다. 수아레스의 신묘한 힐킥도 충분히 수상을 점칠 만한 골이었다. 손흥민은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 트로피를 거머쥐며 자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