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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가 모두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끌어와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 |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끌어와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고객은 A은행 앱에서 계좌정보뿐 아니라 ▲신용카드 결제내역·청구금액 ▲보험 만기일 ▲통신료 납부 내역 ▲국세·지방세 등 세금 납부 정보 등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금융사는 이를 분석해 고객에게 유리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기 위해선 최소 5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대량의 개인신용 정보를 처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보안설비를 충분히 갖춰야 하는 등 6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중 대주주와 신청인 임원의 적격성 등도 따지는데 해당 이슈로 5대 은행에선 하나은행이, 8개 카드사에선 삼성카드와 하나카드가 마이데이터 경쟁에서 배제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토스 등 대주주 서류 미비로 보류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한 35개사 중 하나금융투자·하나은행·하나카드·핀크 등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4곳과 경남은행·삼성카드 등 6개사의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를 지난해 11월18일 보류했다. 이어 나머지 29개사에 대한 예비허가 심사가 진행된 결과 토스·카카오페이·민앤지 등 8개 사는 서류 보완 등을 요구받아 이달 예비허가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은 21개사 가운데 은행에선 국민·농협·신한·우리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여신전문사에선 국민·우리·신한·현대·비씨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금융투자사에선 미래에셋대우가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았다. 농협중앙회와 웰컴저축은행, 네이버파이낸셜·레이니스트·보맵·핀다·팀윙크·한국금융솔루션·한국신용데이터·NHN페이코 등 핀테크 8개사도 예비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토스와 카카오페이가 예비허가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비롯됐다. 금융당국은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에 따라 양사의 대주주 적격성 서류와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주요 주주인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43.9%)가 제출해야 하는 필요 서류를 받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서류 준비가 미비했다는 게 이유였다. 토스 또한 알토스벤처스·굿워터캐피탈·리빗캐피탈 등 외국계 주주가 내야 할 서류를 보완해야 하는 문제로 예비심사 허가가 보류됐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측은 서류만 보완해 제출하면 이달 중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는 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양사는 예비허가를 통과한 21개 사와 비교해 한 달 늦게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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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김민준 기자 |
하나·삼성, 대주주 문제가 발목
하나금융그룹의 4개 계열사와 삼성카드·경남은행이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지 못한 배경에는 대주주에 대한 형사소송과 제재절차 진행이 있다. 신용정보업 감독규정 제5조에 따르면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거나 금융당국에서 조사·검사 등이 진행되고 있으면 심사를 보류한다.하나금융의 경우 참여연대·금융정의연대가 2017년 6월 하나은행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특혜성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진 직원에 특혜성 인사를 했다며 은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게 발목을 잡았다.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향후 1년간 마이데이터 사업 등 신사업 분야에 진출을 하지 못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해 8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신청에 63개 기업이 몰린 것도 초기 시장에 진입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사업 진출이 늦어지면 손해가 커지는 만큼 사실상 후발주자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의미다.
신한·우리는 되는데 왜?
문제는 마이데이터 심사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정보업법에 따르면 심사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여부는 따지지만 기업에 대한 소송·제재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 하나은행·하나카드·삼성카드 등은 대주주 문제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유탄을 맞은 반면 기관경고를 받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다.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내부 규정과 절차를 따르지 않아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았다. 우리은행의 경우 직원들이 2018년 고객 수만명의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해 기관경고의 징계를 받은 데다 지난해 3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로 일부 영업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모두 금융사로서 잘못을 저질렀지만 대주주가 소송·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는 데 제약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주주뿐 아니라 기업의 적격성도 들여다봐야 형평성이 맞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금융당국도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9년 6월 이 같은 심사 관행을 개선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금융투자업 인가 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다고 했지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금융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 올 2월 이후 자산관리서비스 등을 운영할 수 없다. 이에 삼성카드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비껴갈 수 있는 예외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경남은행은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의 디지털화를 위해 각종 규제가 완화되는 상황에서 대주주 문제로 지금까지 공들여온 마이데이터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며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대주주와 당사자 적격 여부를 형평성에 맞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