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
자본주의 키즈로 자라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투자를 통한 조기은퇴를 희망한다. 이들이 바로 K-파이어(FIRE)족이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은퇴(Retire Early)의 약자로 만들어진 신조어다. 파이어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고학력 고소득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들은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에 조기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기은퇴의 꿈은 한국 MZ세대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 MZ세대에 해당하는 만25세~39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3명 중 2명은 조기은퇴를 꿈꾼다고 답했다. 은퇴희망연령은 평균 51세로 조기은퇴를 꿈꾸지 않는 응답자의 희망 은퇴연령 62세보다 9년 더 빨랐다. K-파이어족의 희망 은퇴연령 응답 분포를 살펴보면 50세(35%)와 55세(17%) 등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50~55세에 은퇴하길 꿈꿨다.
목표 은퇴자산은 13억7000만원
조기은퇴를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은 은퇴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K-파이어족은 평균 13억7000만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MZ세대 전체(13억3000만원)나 조기은퇴를 꿈꾸지 않는 응답자(12억5000만원)에 비해 높은 목표치다. 즉 K-파이어족은 준비기간이 더 짧은데도 더 많은 은퇴자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는 게 파이어족의 견해다. 이른바 ‘25의 법칙’이다. 이를테면 1년 동안 생활비로 4000만원을 쓰는 사람은 10억원을 모으면 된다. 이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 연평균 5~6% 수익(세전)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가정하에 매년 4% 정도만 생활비로 사용하면 물가상승률과 시장 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5의 법칙’에 따라 K-파이어족의 목표 은퇴자산 13억7000만원을 역산하면 연 생활비로 5480만원(월 457만원)을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발표한 적정노후생활비 월 268만원(부부기준·2019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은퇴 후 원하는 삶의 모습에 따라 필요한 생활비는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K-파이어족은 일반 은퇴자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꿈꾸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목표 은퇴자산 마련법은… 소득 늘리기
목표 은퇴자산을 하루라도 빨리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거나 소득을 늘리거나 투자로 자산을 불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지출과 소득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제한된 소비만 하는 ‘검소한 파이어’(Lean FIRE)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은퇴를 준비하는 ‘풍족한 파이어’(Fat FIRE) ▲부수입으로 은퇴를 준하는 ‘사이드 파이어’(Side FIRE) ▲은퇴 후에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것을 염두에 두는 ‘바리스타 파이어’(Barista FIRE)로 구분하기도 한다. K-파이어족은 풍족한 파이어(43%)와 사이드 파이어(42%)가 대부분을 차지해 지출을 통제하기보다 소득을 늘리는 방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적인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방법을 모두 선택하게 한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주식(92.8%)을 꼽았다. 그다음으로 예·적금 등 저축과 부동산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투자방법은 같은 연령대인 MZ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주식과 같은 투자형 상품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투자하고 예·적금 등 저축과 같은 안정형 상품에는 더 적게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 투자방법 외에도 가상화폐나 달러와 금 등 다양한 대체자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기은퇴, 누구나 할 수 있다
K-파이어족은 평균 51세에 조기은퇴를 꿈꾸며 목표 은퇴자산은 평균 13억7000만원이다. 은퇴자산 달성을 위해 소득의 52%를 저축과 투자에 활용한다. 이를 기준으로 조기은퇴가 가능한지 살펴보자.
30세 기준 조기은퇴까지는 약 20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다. 20년간 소득의 50%를 꾸준히 납입해 13억7000만원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수익률은 연 8%수준이다. 즉 30세라면 연 8% 수익률로 꾸준히 투자한다면 51세에 조기은퇴가 가능하다. 20대라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은퇴준비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동일한 가정 하에 투자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만 51세까지 남아있는 은퇴준비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동일한 조건에서 투자부담이 높아지므로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0세 초반 또는 그보다 일찍 목표 은퇴자금을 달성한다는 것은 평범한 직장인에겐 꿈같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다만 무엇이든 급하게 서두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명확한 목표와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조기은퇴를 달성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목적 없이 고수익을 쫓는 위험한 투자가 아니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계획적으로 실행해가는 정석 투자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