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명예퇴직' 바람이 불며 인력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은행권에 '명예퇴직' 바람이 불며 인력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은행권에 '명예퇴직' 바람이 불며 인력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40대 직원들이 희망퇴직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며 씨티은행은 7년만에 희망퇴직 단행을 예고하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만 49세(1972년생)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올해 들어 두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올 1월 희망퇴직을 단행해 220여명이 짐을 쌌는데 약 5개월만에 추가 희망퇴직을 실시해 연 2회 희망퇴직 시대를 열었다.


이번 신한은행 희망퇴직엔 직원들의 요구가 컸던 점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희망퇴직의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의견이 계속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이 지급되며 자녀학자금, 창업 자본, 건강검진 비용 등도 지원된다.

씨티은행도 만지작거리는 희망퇴직 카드

은행권의 퇴직 바람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한국씨티은행이 7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4곳 이상의 금융사가 씨티은행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지만 이들은 소비자금융 전 직원 고용승계 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희망퇴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유명순 행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를 통해 "매각에 따른 전적, 자발적 희망퇴직, 행내 재배치를 통해 직원들을 놓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자 금융 부문 사업의 매각이 성사되면 해당 직원들을 인수회사로 소속을 옮기거나 국내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금융' 부문으로 행내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희망퇴직을 자발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마련한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이처럼 유명순 행장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높은 인건비 문제를 해소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씨티은행의 직원 수는 올 1분기 기준 3477명으로 지난해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평균 근속연수는 18.4년으로 다른 시중은행(15~16년)보다 길다.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 산정비율이 높아지는 퇴직금누진제를 유지하는 것도 인건비 부담 요소다.

날로 높아지는 디지털 인재 채용 역시 희망퇴직과 무관하지 않다. 시중은행에선 공채 대신 디지털 인재만 뽑는 '핀셋 채용'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에도 공채 대신 디지털·ICT 인재만 채용했으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디지털 분야의 신입행원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 2의 인생 관점에서 희망퇴직을 고민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며 "퇴직 조건이 좋을 때 떠나자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