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 - 中 악질 베끼기로 골머리 앓는 K-뷰티] ③ 대륙의 ‘홈뷰티족’을 잡아라
손민정 기자
35,916
공유하기
카카오
카카오 나에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텔레그램
링크 복사
편집자주
한때 ‘K-뷰티’는 범접할 수 없는 제품력으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으며 잘 나갔다. 하지만 그 기세는 얼마 가지 못했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치솟자 짝퉁(모방) 제품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지만 한국기업들이 중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만들면서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것 같았던 기술력을 내주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애국주의로 똘똘 뭉친 중국 젊은 층의 소비 성향도 부끄럼없이 베낀 제품으로 한국 화장품을 밀어내는 역할을 했다. 중국 현지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영향력이 급락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K-뷰티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뷰티디바이스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을 견인하던 에어쿠션, 달팽이 크림, 마스크팩에 이어 최근엔 디바이스로 현지 뷰티시장 진입에 다시 나선 것이다. 중국은 ‘옌즈경제’(외모 중심의 소비활동에 따른 경제효과)가 소비시장 흐름으로 떠오르며 ‘홈뷰티’에 대한 열기도 한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홈뷰티족’을 겨냥한 뷰티디바이스 시장의 파이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라이브 커머스로 중국 뷰티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 왕홍(유명 크리에이터)의 움직임도 이 같은 추세에 한 몫을 더하고 있다.
카카오톡
카카오톡나에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카페블로그
텔레그램
링크복사
시트에서 겔 제형이나 분리형으로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던 마스크 아이템이 이젠 적외선과 근적외선 파장이 결합된 ‘LED 마스크’로 돌아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
“작은어머니가 상을 탔네.”
얼마 전 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2003년 관영방송 CCTV를 통해 방영된 한국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 속 윤여정의 캐릭터를 기억하는 것이다.
‘목욕탕집 남자들’은 한류 드라마의 초석이 된 ‘사랑이 뭐길래’에 이어 늦은 밤 시간대 방영에도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당시 중국 언론은 ‘두 번째 한류 가족 드라마’의 탄생이라며 호평했다.
이를 시작으로 승승장구하던 한류 열풍에 이어 K-팝, K-컬처의 세계시장 진출은 ‘한국 문화의 힘’을 몸소 보여주는 경쟁력 중 하나가 됐다.
영화·드라마 기반의 한류나 K-팝을 주축으로 한국 가수나 배우들의 팬덤이 형성되면서 함께 주목받았던 K-뷰티의 열풍도 만만치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LG생활건강의 후, 숨 등 한방·발효 화장품은 대륙을 사로잡았다.
‘동양인 피부에 맞는 화장품이란 인식’과 지리적 인접성 등이 맞물려 중국 내 K-뷰티 바람에 힘을 실었다.
홈뷰티족 피부관리 방법/그래픽=김민준 기자
K-뷰티는 기초 케어나 색조 등 화장품 분야에선 전 세계적으로 이미 명품 뷰티 브랜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에 이어 중국 수입화장품 시장 내에서 한때 경쟁우위를 선점하기도 했다.
▲아이오페 ‘에어쿠션’ ▲리더스코스메틱과 메디힐 ‘마스크팩’ ▲잇츠스킨 ‘달팽이 크림’ ▲네이처리퍼블릭 ‘알로에 수딩젤’ 등은 그동안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를 견인하며 매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리딩 제품들이다.
특히 중국에서 K-뷰티 붐을 일으키며 ‘유커(중국 관광객) 파워’를 한국으로 대거 유입한 ‘마스크팩’의 경우 약품과 결합한 치료 개념의 접근으로 해당 업계 전체가 동반 성장하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시트에서 겔 제형이나 분리형으로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던 마스크 아이템이 이젠 적외선과 근적외선 파장이 결합된 ‘LED 마스크’로 돌아왔다.
━
LED로 돌아온 ‘마스크’… K- 뷰티 봄날 돌아올까?
━
국내 홈뷰티기기 성장 전망, (오른쪽 제품) 실큰 페이스타이트 3.0/그래픽=김민준 기자, 사진제공=실큰
뷰티시장에선 이미 디바이스의 고공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홈뷰티기기 시장은 2022년 4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같은 시기 국내 시장은 1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9년 1조1700억원 규모였던 중국 홈뷰티기기 시장 역시 2023년엔 3조1800억원으로 급증할 것이란 예측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만 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홈뷰티족 피부관리 방법’에 대해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집에서 마스크팩을 주기적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14%는 ‘집에서 뷰티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국내에선 LG전자 프라엘, 셀리턴을 비롯해 실큰(Silk’n), 쿠쿠홈시스 리네이처, 교원 웰스 등이 LED 마스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LED 마스크 외에도 홈케어용 뷰티 디바이스 신제품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매일같이 출시되고 있다.
중국 홈뷰티기기 성장 전망/그래픽=김민준 기자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도 홈케어용 뷰티 디바이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홈케어용 뷰티 디바이스가 세안부터 고주파나 적외선을 이용한 피부관리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중국 내에서도 홈케어용 뷰티 디바이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TCL, 샤오미 등 로컬 브랜드들도 다양한 뷰티 디바이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홈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집에서 손쉽게 셀프 케어할 수 있는 뷰티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과 관여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뷰티 디바이스를 포함한 홈뷰티 시장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 세계 2위 시장일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클렌징기기, 페이스마사저, 고주파, LED 등 고효능 스킨케어 디바이스를 쏟아내고 있다”며 “이런 뷰티 디바이스 니즈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8월 라이프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을 런칭하고 2016년부터 티몰 글로벌에서 메이크온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수기업들이 저렴한 뷰티디바이스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우위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다.
뷰티디바이스로 글로벌 K-뷰티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뷰티디바이스 기업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됐다.
기술력 향상은 물론 가격 경쟁력,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이나 플랫폼 개발을 통한 판매 활로 개척 등 글로벌 도약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 홈뷰티기기 성장 전망/그래픽=김민준 기자
━
[Interview] ‘홈케어용 LED 마스크’로 주름 개선될까
━
오수진 피부과 전문의 원장/사진제공=오수진 피부과
LED 마스크의 기능은 피부과 등 병원에서 오래전부터 피부 치료의 보조역할로 사용해오던 LED 기기에서 착안됐다.
새로운 것이 만들어졌다기보다 피부과 전문의들이 사용하던 대형기기를 홈케어 버전으로 작게 만들었다. 이 같은 홈케어용 LED 마스크는 주름 개선, 미백, 피부 결 개선 등 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내세워 가격부터 100만원대를 웃돈다.
물론 집에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LED 마스크의 효과가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수진 피부과 전문의 원장은 “LED 마스크에서 나오는 적외선, 근적외선 파장은 우리 세포의 아주 작은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흡수가 되면서 여러가지 긍정적인 대사들을 활성화 시키게 된다”며 “세포를 증식시키고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섬유아세포’도 증가 되는데 이 세포들이 콜라겐이나 탄력섬유(엘라스틴)를 만드는 세포”라고 설명했다.
조직 내 혈류량을 증가시키면 조직의 산소 공급량이 함께 늘어나 상처 회복, 통증 완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오 원장은 “LED 마스크의 630nm(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830nm 파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홍조나 아주 얕은 주름이 펴지는 등 미용에 미세한 효과가 있다”며 “이런 미미한 효과에 비하면 매우 고가로 판매되는 제품들이 대다수인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LED 마스크는 피부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피부의 청결과 미화를 담당하는 정도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야말로 스킨케어를 하듯 꾸준히 사용하면 피부 개선에 대한 미미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오 원장은 “매일 LED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LED 마스크를 매일 20분 이상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기미와 홍조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홈케어용 LED 마스크 사용 시에는 기기 설명서에 적혀져 있는 기간을 반드시 숙지한 후 해당 기간을 지키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 LED 마스크 업체들은 630nm인 붉은 가시광선 영역과 830nm인 근적외선 파장대, 레이저 파장을 앞세워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피부과 등에서 레이저나 시술 치료를 받는 것처럼 피부가 크게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홈케어용 LED 마스크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기기에 비해 전구 수가 적기 때문에 그만큼 효과도 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