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센터의 모습./사진제공=SSG닷컴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센터의 모습./사진제공=SSG닷컴
'새벽배송'을 내세워 성장한 마켓컬리와 SSG닷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늘면서 성장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새벽배송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두 업체가 나란히 택한 변화는 오픈마켓 도입이다. SSG닷컴은 지난 4월 오픈마켓 시범 사업에 들어갔다. 이후 현재 취급 상품 수는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지난 6일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를 인수하며 오픈마켓 서비스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마켓컬리와 SSG닷컴이 오픈마켓을 도입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고객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덩치를 키워 상장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두 업체는 내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오픈마켓을 열면 여러 판매자가 플랫폼에 모여 경쟁하며 자신의 상품을 판다. 플랫폼 사업자는 중개 수수료를 받고 판매 책임은 판매자가 진다. 상대적으로 직매입보다 부담을 적고 거래액을 늘리기엔 쉽다.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자가 늘면 상품 구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돼 고객 수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그 외에도 트래픽 증가로 광고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주요 오픈마켓 업체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광고 수입으로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마켓컬리와 SSG닷컴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오픈마켓이 정답일까?



마켓컬리는 내년 상반기 오픈마켓 도입을 예고했다./사진제공=컬리
마켓컬리는 내년 상반기 오픈마켓 도입을 예고했다./사진제공=컬리
그렇다고 오픈마켓이 장점만 있지는 않다. 고객 민원, 배송 관리 등의 책임을 판매자가 지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SSG닷컴과 마켓컬리의 경우 '선별된 상품'을 판매한다는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SSG닷컴은 일부 카테고리에 한해 오픈마켓 등록을 받지 않고 있다. 신선식품, 명품, 일부 패션 브랜드가 그렇다. 신선식품의 경우 품질 관리를 위해, 명품과 패션 브랜드는 가품 등의 이슈를 막기 위해 오픈마켓 등록을 제한했다.

마켓컬리는 오픈마켓을 열어도 상품 선별은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마켓컬리는 자체 기준을 통과한 식품만을 판매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맛과 가격, 포장 상태 등에서 엄선한 '큐레이션'으로 성공한 업체 중 하나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선별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 개발 프로세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오픈마켓 포화상태인 이커머스에서 어떤 차별점을 보일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자사 입점사 상품과 오픈마켓 상품이 경쟁 구도에 놓일 경우 이익 감소 우려도 있다. 일정 규모에 이르기까지 감수해야 하는 마케팅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고려점에도 두 업체가 오픈마켓 도입에 나선 것은 현재 이커머스 시장에서 '규모의 경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SSG닷컴이 오픈마켓 별도 탭을 구성하지 않은 것도 '프리미엄' 이미지는 잃지 않으면서 상품 구색을 늘리려는 계획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