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의 손길이 늘고 있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의 손길이 늘고 있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돌아온 金의 시간… 지금 투자해도 될까
②우크라이나 총성에… 몸값 치솟는 달러·채권
③“불안한데 주식·코인투자가 웬 말”… 금테크·환테크가 뜬다

올 들어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상황에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인 ‘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조되면서 ‘안전 자산’의 대명사인 금이 더 주목받고 있다. 연초부터 금 값이 크게 오르면서 ‘금(金)의 시대가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금 한돈(3.75g)의 매입가는 31만9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다. 전년동월(27만3500원) 대비 16.64% 올랐다. 시중 은행을 통해 유통 중인 한국금거래소 골드바의 지난 1월 판매량은 평년 동월(50kg) 대비 160% 증가한 85kg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금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지난 17일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1900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경우 향후 수개월 내에 2020년 8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 2051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올 들어 2월 초까지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금 매입량이 57t 늘었다”며 “올해 순매수량은 600톤(t)에 달하는 ‘골드러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돌아온 金의 시간… 지금 투자해도 될까
개인투자자들이 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4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직접적인 투자 방식은 실물 금괴(골드바)를 금은방이나 한국금거래소 등에서 직접 사는 방식이다. 다만 금을 매입할 때 부가가치세 10%와 수수료 5%를 부담해야 한다. 골드바 구매와 동시에 마이너스(-)15% 수익률이 발생하는 셈이다. 다만 금괴를 팔 때는 가격이 올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실제 금을 보유하지 않고 소액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증권사에 금 거래용 계좌를 개설해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을 통해 주식처럼 거래하면 된다. 증권사 온라인 매매 수수료는 약 0.3% 수준이며 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어 소액 투자에 유리하다.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10%)도 면제된다. 증권사를 통해 금 실물을 1㎏ 단위로 찾을 수도  있다. 다만 부가세로 거래 가격의 10%와 금괴 1개당 2만원 안팎의 증권사 수수료를 내야한다. 

금 펀드나 금 선물 ETF 등 펀드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선물 ETF는 파생 상품이라 실제 금 가격의 등락이 100%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통장처럼 매매 차익에 15.4% 세금이 발생한다. 

국내 금 선물 ETF 올들어 수익률 12%… 해외 금 관련 ETF도 ‘주목’

금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안정적인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금 ETF로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이 있으며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금의 실제(현물) 가격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KINDEX KRX금현물’ ETF를 출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2월28일까지 KINDEX 골드 선물 레버리지 ETF 가격은 11.5% 상승했다. 지난해 말(12월30일) 종가 기준 1만6735원이던 주가는 1만8655원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TIGER 골드 선물과 KODEX 골드 선물은 각각 6.1% 올랐다. KINDEX KRX금현물도 5.7% 올랐다. 지난해 12월15일 상장 첫날 종가(9930원) 대비 7.5% 오른 상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9% 넘게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 수익률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금 관련 ETF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금 관련 ETF의 경우 다른 해외주식 거래와 손익통산해 연간 250만원까지는 비과세다. 초과분에 대해서는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다른 해외주식처럼 배우자에게 양도하면 10년 동안 6억원까지 증여세가 붙지 않고 매도차익에 대해서도 사실상 비과세가 가능하다. 
돌아온 金의 시간… 지금 투자해도 될까

실물 금 가격을 추종하는 대표적인 미국 금 ETF로는 SPDR 골드 트러스트(Gold Trust) ETF(GLD)와 아이셰어 골드 트러스트(iShares Gold Trust) ETF(IAU)를 꼽을 수 있다. 두 종목은 지난달 24일 각각 182.60달러와 37.19달러까지 오르면서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GLD는 실물 금에 투자하는 최초의 금 ETF로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운용되고 있다. 런던 귀금속연합에서 매일 정시에 발표하는 LBMA 금 가격 지수를 추종한다. IAU도 GLD와 마찬가지로 LBMA 금 가격 지수를 추종한다. 자산 규모는 GLD의 절반 수준이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GLD보다 저렴하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다. 

금값보다 금광기업(gold miner) 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반에크 골드 마이너(VanEck Gold Miners) ETF(GDX)도 주목된다. GDX는 글로벌 금광 기업으로 구성된 NYSE 아크라 골드 마이너(Arca Gold Miners) 지수를 추종한다. 

세계 최대 금광회사 뉴몬트 마이닝 코퍼레이션(16.76%), 금과 구리를 생산하는 배릭 골드(12.82%), 캐나다 금광업체 프랑코-네바다(8.87%) 등을 담고 있다. 올들어 상승률을 보면 12% 넘게 올랐다. 지난해 말 31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35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장기 상승 추세에 있으며 다시 상승 추세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현 수준에서의 저향이냐 혹은 현 수준에서의 상승 본격화냐에 따라 향후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