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엽 스타벅스 홍보파트너는 스타벅스에 바리스타로 입사해 지금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 파트너./사진=장동규 기자
이병엽 스타벅스 홍보파트너는 스타벅스에 바리스타로 입사해 지금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 파트너./사진=장동규 기자

1위라는 자리는 명예롭기도 하지만 신경 쓸 것도 많다. 특히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면서 건강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식품을 판매하는 경우는 더 그렇다. 국내 최대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는 이병엽 홍보파트너(43)는 "언제나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스타벅스의 임무"라고 말했다.

홍보파트너로 처음 만난 그는 커피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원래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정도냐고 물었더니 사실은 바리스타로 스타벅스에 입사했다고 했다. 10분만 대화를 나눠봐도 커피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 파트너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서울 중구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 파트너는 입맛과 기분 등을 묻더니 직접 커피를 내려줬다.

"바리스타는 이야기꾼"


지난 17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에서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병엽 스타벅스 홍보파트너./사진=장동규 기자
지난 17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에서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병엽 스타벅스 홍보파트너./사진=장동규 기자

이 파트너는 '커피 영재'다. 2006년 파트타임 바리스타로 입사해 같은 해 9월 커피마스터 자격을 획득했다. 커피마스터는 스타벅스 직원을 대상으로 커피 지식과 문화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후 2년 만인 2008년 커피 앰배서더로 뽑혔다.

스타벅스는 나라별로 가장 우수한 커피 지식과 열정을 보유한 바리스타를 대회를 열어 뽑는다. 앰배서더는 커피 전문가로서 직원들에게 커피 지식을 가르치고 고객들에게 커피 마케팅을 한다.


앰배서더 선발시험은 상당히 까다롭다. 눈을 가리고 향기만으로 커피 원산지를 가려내고 자신만의 커피 만들기를 보여주기도 하며 제조법 등에 대한 필기시험도 치른다. 이 파트너는 그해 앰배서더 선발시험에 응시한 700여명의 커피마스터 사이에서 당당히 앰배서더로 이름을 올렸다.

이 파트너는 학비를 벌려고 시작한 일이지만 커피를 만들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바텐더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손님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할 때도 손님의 기분, 표정과 식사는 무엇을 먹었는지 등 종합적인 상황에서 커피를 추천해줄 수 있는 바리스타가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을 듣고 의문이 생겼다.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카페이자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 파트너는 웃으면서 스타벅스 바리스타는 커스텀 메뉴를 통해 취향을 맞추고 완벽한 음료를 만드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 파트너는 "스타벅스 바리스타라고 하면 커피 전문가와는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입사 후 커피에 대한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지해준다고 설명했다. 커피 공부를 호되게 시키기 때문에 커피마스터 자격을 빠르게 취득할 수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음료를 이렇게 짧은 시간에 동일한 품질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스타벅스 바리스타가 대부분이라고 자신합니다."

입사 17년 차인 이 파트너는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처음에는 매장에서 바리스타로, 이후에는 본사에서 커피 교육을 오래 했고 지금은 홍보직에 있다. 그는 "대상이 다를 뿐 역할은 똑같다"며 "여전히 커피를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대중에게 '쉬운 커피' 알리고 싶어


이병엽 스타벅스 홍보파트너가 스타벅스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이병엽 스타벅스 홍보파트너가 스타벅스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한국은 카페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1년 기준 전국 카페 수는 8만5360개에 이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인당 평균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하루 0.9잔꼴이다. 세계 성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인 132잔보다 2.7배 높은 수치다.

커피의 인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늘 포화 상태라는 말을 하지만 스타벅스의 매출은 줄곧 성장세다. 이 파트너는 "입사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빠짐없이 커피 시장은 포화가 아니냐는 말을 들어왔다"며 "커피 시장은 포화라기보다 진화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파트너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커피 트렌드는 '혁신'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커피 트렌드는 산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커피는 변신과 진화를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좋은 커피를 위해서는 좋은 생두가 필요한데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부분 카페에서 모두 좋은 생두를 씁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특화된 커피를 소개하면서 맛있는 음료를 만들 수 있는 지입니다. 커피를 활용한 음료도 커피 범주에 들어와야 하고요. 다양하고 독창적인 커피, 커피의 무한한 변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파트너는 커피가 일상생활에 깊게 들어왔지만 여전히 커피를 어렵게 느껴는 사람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가 진입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그는 '얼씨하고 비터한 느낌에 스파이시한 커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어떤 맛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는 말에 하나하나 풀어 말해줬다. 비가 올 것 같은 땅 냄새(얼씨)에 쓴 맛(비터)이 느껴지며 향신료 같은 톡 쏘는 맛(스파이시)을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바리스타는 이야기꾼이라는 그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파트너는 스타벅스 외에 호텔외식경영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커피 강의를 한다. 대중에게 커피를 쉬운 존재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최근에는 와인도 배우고 있다. 커피와 비슷한 점이 많아 흥미롭다고 한다.

"커피는 나의 범위를 확장해주는 도구입니다. 커피를 통해 이야기하게 되면서 점점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행운은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