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카드업계가 조직을 슬림화하고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경기 부진에 건전성 지표가 나빠질 것에 대비한 카드사들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19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신한카드는 1968년생부터 1979년생까지 모든 직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희망퇴직 대상 연령은 반년 전(1968~1974년생)보다 확대됐다.


신한카드는 희망퇴직자에게 최대 30개월 치 퇴직금을 지급한다. 인력을 줄여 비용절감을 통해 생산성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62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해 구조조정에 나섰고 현대카드는 연초 업계 최고 수준인 39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내걸고 희망퇴직을 받았다. 카드사들은 인력을 감축하면서 신규 채용도 줄였다. 올해 상반기 전업 카드사 가운데 신입사원을 선발한 곳은 현대카드와 비씨카드 2곳뿐이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우대수수료의 반복된 인하에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진 데가 건전성 지표 악화로 카드론을 포함한 대출로 수익을 보전할 여력도 줄고 있다"며 "대손충당금 비용 증가로 순익이 줄어들 위기에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개 전업카드사 순이익 15% 줄어 카드론 감소 우려… 노조 반발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1분기 순이익은 총 56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챗GPT)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은 같은 기간 24.4% 줄어든 총 307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1357억원, 8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 39.3% 줄었다. 신한카드는 결제 취급액 비용 증가와 지급이자가 오르고 2557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하면서 순익이 줄었다. KB국민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하락하고 신용손실 충당금이 늘었다.

카드업계는 주요 수익원인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오는 7월1일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 따라 순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스트레스 DSR은 2024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가계부채 규제 방안으로 3단계는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또 신용대출과 기타대출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1.50%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카드론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카드론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스트레스 DSR 강화는 카드사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5005억원으로 전년 동기(39조9644억원) 대비 6% 증가했다. 지난 2월 카드론 잔액이 사상 최대치인 42조9887억원을 기록한 뒤 3월 카드사들의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 등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전문가들은 카드사의 수익구조가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바뀔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카드 규제가 시장 정상화와 활성화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카드사의 자금조달 방식 단기 위주에서 중·장기로 다변화할 수 있도록 여신전문채권(여전채) 이외에 대체 자금조달 수단도 필요하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등급 3년 만기 여전채의 5개 신용평가사 평균 금리는 연 2.891%(16일 기준)로 지난 4월3일(연 2.95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전채가 올라가면서 카드사의 '돈맥경화'가 심화할 수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드사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 내수 부진 등으로 카드사의 자산 성장세는 정체가 예상된다"며 "AA등급 이하 카드사는 연체율이 올라 자산건전성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인력감축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으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신한카드의 1인당 생산성은 지난해 3억원으로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1인당 생산성은 영업이익을 총 직원수로 나눈 것으로 카드사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신한카드의 생산성은 작년 하나카드(4억원), KB국민(3억8700만원) 등에도 뒤처졌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카드사는 여전채 이외에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종자본증권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을 활용해 비용절감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해외 ABS는 낮은 금리와 원화가치 평가절하로 조달비용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