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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재계 순위 하락… 신동빈의 눈에 비친 롯데
②신사업 챙기는 신동빈… 유동성 위기 대응·과감한 투자 '투트랙'
③이마트·쿠팡에 밀린 롯데쇼핑… 순혈주의 손댄 이유 보니
①재계 순위 하락… 신동빈의 눈에 비친 롯데
②신사업 챙기는 신동빈… 유동성 위기 대응·과감한 투자 '투트랙'
③이마트·쿠팡에 밀린 롯데쇼핑… 순혈주의 손댄 이유 보니
신동빈 롯데 회장이 장기간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그룹 경영시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자산총액 기준 포스코에 밀려 13년 만에 재계 서열 5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신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내세우며 그룹 전반에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50여년간 이어오던 순혈주의 조직문화를 벗어나 실력 있는 외부 인재를 대거 영입하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재계 6위로 밀렸지만… 비즈니스 무게중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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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는 올해 자산총액 129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포스코그룹(132조1000억원)에 밀려 재계 순위 6위로 떨어졌다. 롯데는 2022년(121조6000억원) 대비 자산총액이 8조1000억원 늘어났음에도 지주사 전환 등으로 30조원 이상 자산이 반영된 포스코에 5위 자리를 내줬다.
다만 롯데가 10대 그룹 중 전년 대비 계열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동박을 제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포함한 13개의 계열사가 생기면서 12개를 늘린 SK그룹을 앞섰다.
롯데는 1967년 롯데제과 설립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유통 공룡'의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최근 그룹의 무게 중심을 유통, 쇼핑에서 배터리·화학으로 옮기면서 고강도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롯데의 변화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롯데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액 1위는 롯데케미칼(22조2761억원)이 차지했다. 유통의 핵인 롯데쇼핑은 15조476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롯데정밀화학을 포함해 롯데건설, 현대케미칼, 여수페트로 등을 지배하는 최대 계열사가 됐다.
구태의연한 조직문화… 젊은 피·외부 인재로 탈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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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보수적인 기업문화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힌 곳 중 하나다. 롯데가 50여년간 이어온 순혈주의는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왔지만 구태의연한 조직문화는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단적인 예로 롯데 자이언츠 팬들 사이에서는 '롯무원'이라는 표현이 떠돌고 있다. '롯데'와 '공무원'을 합친 이 말은 장기 근속하는 롯데 출신 코칭스태프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야구단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 계열사 직원들이 월급을 많이 받는 편은 아니지만 사고를 쳐도 직원을 내치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도전하기보다는 정년보장에 무게를 두고 안정적인 현재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새로운 롯데'를 강조하며 젊은 리더십의 전면화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계열사의 수장부터 갈아치워 임직원들에게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주문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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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롯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젊어지고 있는 추세다. 롯데 전체 CEO들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지난해 평균(58세) 대비 1세가량 낮아졌다. 사장 직급은 3세가량 젊어졌다. 2022년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첫 대표이사로 롯데지주 신성장2팀 이원직 상무가 전격 선임되면서 40대 CEO시대가 열렸다. 신임 임원 중 40대의 비중은 46%에 달한다. 1978년생 이후 40대 초반(45세 이하) 신임 임원의 승진은 롯데칠성 채혜영 상무보, 롯데하이마트 이용우 상무보, 롯데글로벌로지스 황호진 상무보, 롯데상사 박강민 상무보 등 총 4명이다.
롯데는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의 모기업인 롯데웰푸드(전 롯데제과) 대표이사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가 선임된 건 그룹의 강력한 혁신 의지가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이사(부사장)는 1993년 한국P&G를 시작으로 허쉬(Hershey) 한국 법인장, 한국코카콜라 대표, 더 에이본 컴퍼니 CEO 등을 역임하며 30년 이상 글로벌 소비재 회사에서 근무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다.
롯데멤버스는 김혜주 대표이사(전무)를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로 선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유통군 총괄대표로 김상현 부회장을 영입했다. 김 총괄대표는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쳐 홈플러스 부회장, DFI 리테일그룹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지난해 9월에는 롯데인재개발원장(사장)으로 김희천 전 고려대학교 교수를 선임해 HR의 다이나믹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잘해야 집안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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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고향으로 여기는 롯데는 프로야구도 부산을 연고지로 한다.올해 롯데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로 야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현재까지 연고지와 팀명은 물론 모기업이 바뀌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국내 야구팀 중 이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팀은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뿐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실업야구 시절을 포함하면 1975년 창단해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롯데는 1992년을 끝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없다. 현존 구단 중 우승 연도가 가장 오래된 팀이다.
올시즌은 '뉴 롯데'의 시작을 알리듯 희망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를 마친 상황에서 32승29패로 4위에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상위권이다.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7위 이하의 순위에 그쳤고 2013년부터 10시즌 동안 2017년을 제외한 나머지 9시즌에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시즌은 가을야구 기대감이 크다.
롯데 자이언츠의 선전은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롯데지주는 롯데 자이언츠의 원활한 시즌 운영과 투자 자금 지원을 위해 지난해 말 190억원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2016년에는 롯데 자이언츠 운영자금 마련에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등 주요 계열사가 300억원을 출자해 지원했다.
신 회장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승리의 요정'으로 불린다. 적극적인 스킨십과 아낌없는 지원이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려 성적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의 SNS를 통해 선수단에 고급 헤어드라이기(에어랩 컴플리트 롱)와 무선헤드셋(에어팟 맥스)을 선물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롯데온은 7월13일까지 한 달간 댓글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 선수의 사인 유니폼과 야구공 등을 추첨해 증정하는 '자이언츠, 응원의 기세를 올려라' 응원 이벤트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