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는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속 베네수엘라의 상황과 경제전망을 듣기 위해 이사벨 디 까를로 께로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대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 8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하는 께로 대사대리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머니S는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속 베네수엘라의 상황과 경제전망을 듣기 위해 이사벨 디 까를로 께로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대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 8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하는 께로 대사대리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베네수엘라에도 봄이 올까. 지난 2018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재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이듬해 국내외 기업들을 상대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SVA)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무려 900개가 넘는 경제 항목에 제재를 가했다.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였다.
[단독인터뷰]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은 베네수엘라는 하이퍼인플레이션, 화폐개혁 실패 등 자국 내 악재가 겹치며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가한 2019년 한 해 동안 물가가 199배 상승하는가 하면 많은 국민의 베네수엘라 탈출로 2015년 3062만명이던 인구가 2022년 2691만명까지 줄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유가를 하락세로 돌리기 위해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를 결정한 것. 이에 미국은 모든 베네수엘라 대선 후보자를 복권하고 부당하게 구금된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을 조건으로 6개월간 일시적인 제재 완화를 결정했다. 완화된 제재 항목엔 베네수엘라 국채 거래 허용, PDVSA의 광물·석유 생산·판매·수출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세계 1위 원유 매장 국가인 베네수엘라에 이번 제재 완화 조치는 분명한 호재다. 국가 경쟁력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원유 수출에 날개가 달리면서 베네수엘라는 부흥기였던 1990년대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 불확실성이 다분한 국제유가 흐름 속에서 베네수엘라의 석유 공급은 우리나라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이에 머니S는 베네수엘라의 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 베네수엘라대사관에서 이사벨 디 까를로 께로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대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국의 일방적 조치로 한 나라가 초토화… 군사적 폭격 같아"

께로 대사대리는 지난 2018년 내린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유엔 헌장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8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하는 께로 대사대리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께로 대사대리는 지난 2018년 내린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유엔 헌장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8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하는 께로 대사대리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 미국의 제재가 완화됐다. 베네수엘라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먼저 유엔 헌장에 비춰 볼 때 미국의 경제제재가 일방적이고 강압적이며 강제적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국제법, 인권 등 모든 것을 위반하고 유엔 헌장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는 한 나라의 경제, 인프라, 생명 등 모든 영역을 붕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군사적 폭격과 같았다. 우리는 200여년 전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 공화국을 선포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겪으며 우리는 마치 식민지 시절로 퇴보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베네수엘라는 세계무역기구를 비롯해 유엔 시스템에도 막대하게 기여한 독립국이며 누구와 무엇을, 어디에, 언제 판매할지에 대해 간섭받아야 하는 식민지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힘든 상황을 버텨낸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우리는 마두로 대통령과 함께 국가를 재창조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시도했다. 커피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나 카카오 비즈니스가 그 예다. 경기 침체 속 주도적으로 자구책을 찾은 우리 국민이 결국 승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2018년 마두로 대통령의 부정 선거 의혹이 일자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가 임시 대통령을 맡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60여개국도 과이도를 지지했다. 그러나 과이도 체제는 실패로 끝났고 마두로 대통령은 여전히 정권을 잡고 있다. 이 사실이 결국 베네수엘라가 옳았고 미국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는 셈인가. 혹은 너무 과한 해석인가.

▶베네수엘라 국민이 허구의 대통령(과이도 대통령)을 상대로 한 황당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헌법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상 마두로 대통령의 정통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베네수엘라 헌법의 틀 안에 있다.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 속 다양한 영역에 진출을 시도하며 자구책을 찾을 수 있던 것도 마두로 대통령과 함께 가기로 결정한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 미국이 '민주주의 회복'을 조건으로 걸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오바마 정부부터 바이든 정부까지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부적격 인물을 대통령으로 내세웠다. 베네수엘라 헌법에는 5개의 독립된 권한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선거권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선거를 주최하는 권한은 국가선거관리위원회(CNE)에 있으며 CNE는 조만간 정확한 대통령 선거일을 결정할 것이다. 여전히 우리에겐 시간이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경제를 침체시키는 정치를 막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나라의 모든 경제적 악순환을 끊겠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 외부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우리의 주권과 우리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옳은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상황 여전히 불확실… 조금씩 긍정적인 기류 보여"

께로 대사대리는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간 영토분쟁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1966년 맺은 '제네바 협약'을 꼽았다. 사진은 지난 8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하는 께로 대사대리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께로 대사대리는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간 영토분쟁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1966년 맺은 '제네바 협약'을 꼽았다. 사진은 지난 8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하는 께로 대사대리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 석유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현재 PDVSA의 상황은 어떤가. 2000년대 초만 해도 PDVSA의 산유량은 하루 300만배럴에 달했지만 제재 이후 75만배럴로 뚝 떨어졌다. 다시 이전처럼 생산할 수 있다고 보나.

▶현재 베네수엘라는 하루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 이를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주력산업의 제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위급 협상을 진행하는 등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동안 경제제재로 큰 피해를 본 특정 활동이나 사업 영역에서 우리가 권한을 일부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떤 제재가 완화됐는지 확인도 할 수 있다. PDVSA로부터 에너지 자원을 살 수 있는 라이선스가 여러 기업에 제공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제재받고 있지만 상황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 최근 가이아나 에세퀴보에서 석유가 발견됐다. 에세퀴보는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가 영유권을 다투는 지역인데 베네수엘라의 입장은 어떤가.

▶에세퀴보 영토 분쟁은 200년이 다 된 사안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국제문제로 떠올랐는지 의문이다. 올해 대선을 앞둔 베네수엘라에 혼란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자신이 있다.

- 결국 정치적인 문제가 껴있는 것 같다.

▶정치도 정치지만 모든 것이 에세퀴보에 매장된 석유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서방 국가들은 베네수엘라에 여러 면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고 이웃 국가인 가이아나와 대립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간 원만한 합의를 방해하는 모든 이해관계를 주시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배후에 있는 세력이다. 오바마·트럼프 정부의 관계자들이 에세퀴보 지역의 석유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대표적인 게 에세퀴보에 진출한 미국의 엑슨모빌이다. 그들은 기업 이익을 위해 상황(영토 분쟁 사안)을 더 악화시키려 한다. 베네수엘라에는 에세퀴보와 평화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수준 높은 위원회가 있다. 절대 대립 구도로 가면 안 된다.

- 가이아나는 지난 2018년 이 사안을 국제사법재판소(ICJ)로 끌고 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ICJ 개입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간 실질적이고 상호가 만족하는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유일하고 유효한 법적 수단은 1966년 맺은 '제네바 합의'뿐이다. 이미 양국이 합의하자고 약속한 만큼 우리는 이 사안을 ICJ에 가져갈 이유가 없다. ICJ는 양측이 모두 동의할 때 재판이 열린다. 우리는 ICJ 청구에 동의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 ICJ의 결정을 인정하도록 강요하는 것 자체로 이 사안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ICJ가 미국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美 경제제재, 한국 경제안보와도 직결… 함께 목소리 내야"

께로 대사대리는 미국의 경제제재가 한국의 경제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한목소리 낼 것을 요구했다. 사진은 지난 8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한 께로 대사대리. /사진=임한별 기자
께로 대사대리는 미국의 경제제재가 한국의 경제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한목소리 낼 것을 요구했다. 사진은 지난 8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한 께로 대사대리. /사진=임한별 기자

-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불법적인 제재로부터 '경제주권'을 완전히 되찾는다면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과 경제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자국의 경제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미국의 불법 행위가 한국의 자유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함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좋은 정책과 좋은 관계를 통해 좋은 시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베네수엘라는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나. 두 국가 간 협력이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에너지 자원은 대부분 외부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업적으로 매우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국은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건설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중동으로 비중이 옮겨간 상황이지만 베네수엘라로 돌아온다면 양국의 번영을 위한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상황뿐 아니라 이곳의 문화와 정서 역시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대사대리로서 한국에서 일한 지 4개월째인데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과 포용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