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가 이달 수시평가를 통해 한국토지신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신용평가가 이달 수시평가를 통해 한국토지신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가장 큰 자기자본 규모를 자랑하며 다수의 신탁사업을 담당해온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이 부실자산 증가로 한 단계 낮아졌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저조한 분양 성적표를 받아들며 수주실적이 크게 축소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토지신탁이 수주에 주력했던 도시정비사업에서의 실적과 시장지배력 회복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주 실적 감소로 시장점유율과 이익창출력이 떨어진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2018년까지 20%를 상회했던 한국신용평가의 영업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은 2022년 10.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개발신탁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은 24.4%에서 7.8%로 크게 떨어졌으며 지난해에도 시장지위 약화가 지속됐다.

2023년 3분기 누적 영업수익 기준 점유율은 10.2%로 2022년 대비 0.6%포인트 내렸다.


2022년 신탁보수 기준 수주규모는 1019억원으로 2014년 995억원 이후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신규 수주 실적도 257억원에 머물렀다.

2022년 영업수익은 2016년 이후 처음 2000억원 미만으로 감소한 1882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414억원으로 201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시행자가 개발 대상 토지를 신탁사에 맡기면 신탁사가 직접 사업시행 주체 역할을 하는 차입형개발신탁 수주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개발신탁보수와 이자수익 감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 운용 중인 사업장에 대한 대손비용 부담 확대 등도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부동산경기 저하로 고정이하자산은 증가하고 있다. 고정이하자산이란 채무 상환 가능성이 낮아져 채권 회수가 곤란해진 자금을 뜻한다.

2023년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 잔액은 4398억원으로 2022년 12월 말 대비 535억원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신탁사 중 가장 큰 수준이다. 미분양 발생 등으로 분양 대금이 정상적으로 회수되지 않아 손해로 잡힐 수 있는 사업장이 늘었다는 의미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금융1실 수석연구원은 "2022년 이후 부동산경기 저하로 수주 실적이 급감한 점과 높은 조달금리 부담이 나타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토지신탁의 이익창출력 회복 또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앞으로 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재무적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한국토지신탁이 지분을 보유한 HJ중공업과 동부건설 등에 대한 재무부담 확대 여부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존 HJ중공업과 동부건설에 대한 한국토지신탁의 출자금 규모는 각각 850억원, 640억원으로 보유 자기자본 대비 직접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

한국토지신탁의 2023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8633억원으로 부동산신탁사 중 자본 규모가 가장 크다. 주택 분양경기 저하, 급격한 금리 상승 등으로 건설업체의 사업변동성과 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계열 건설사에 대한 직∙간접적 재무지원을 행할 수 있다.

HJ중공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분기 835.06%에 이어 3분기 906.31%를 기록했다. 2019년 필리핀 소재 수빅 조선소가 현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보증채무 4억1000만달러(약 4700억원)를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이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HJ중공업의 대주주인 동부건설도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전년말 대비 약 1000억원 증가한 520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06.3%로 상승했다.

대규모 자체사업과 관련한 용지대금 지급이 예정돼 있고 분양경기 악화에 따른 재무부담 가중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13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트렌치별로 2년물 700억원, 3년물 300억원 등이다. 지난해 발행한 1800억원 상당의 회사채는 전액 완판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른 확정된 금액과 이자율은 오는 16일 공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