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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순서
①"키는 크로스보더"… 해외 직구에 요동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②이커머스 성장에 덩달아 웃은 물류… 봄날 계속될까
③알리에 1688까지… 한국 잠식하는 '왕서방 플랫폼'
①"키는 크로스보더"… 해외 직구에 요동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②이커머스 성장에 덩달아 웃은 물류… 봄날 계속될까
③알리에 1688까지… 한국 잠식하는 '왕서방 플랫폼'
"가격이 너무 싸니까요. 중고 가격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새 상품을 살 수 있어요."
기자가 중국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을 때 대부분의 소비자는 가격을 꼽았다. 1만원이 되지 않는 청바지, 1000원짜리 휴대폰 케이스 등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이 국내에서 영토를 넓히는 가운데 중국 내수용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 1688의 한국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왕서방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휩쓸었던 화제의 중심은 중국 이커머스다. 2023년 해외직구액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했다. 알리와 테무 등 저가 상품 공세를 펼친 중국이 이를 견인했다. 지난해 중국은 그동안 줄곧 해외직구액 1위를 지켜온 미국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2023년 중국 해외직구액은 3조2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2%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해외직구액 규모에서 미국을 앞지른 후 내내 우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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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알리로 371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위는 역시 중국 직구 앱인 테무로 354만명이 증가했다.
중국 이커머스의 인기는 높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높은 물가가 지속되면서 가성비가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고 배송 편의성을 높인 중국 직구 이커머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1688은 중국 최대 도매 플랫폼이다. 현재 G마켓과 11번가 등 오픈마켓 판매자 상당수는 1688에서 배송대행으로 구입한 상품에 마진을 붙여 국내 이커머스에서 판매하고 있다. 1688의 한국 진출은 국내에 만연한 '메이드 인 차이나'를 중국 기업이 직접 유통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에 진출해 오픈마켓 판매자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경우 국내 오픈마켓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중국발 저가 공산품을 판매 주력으로 삼고 있던 판매자들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연관 카테고리 상품판매에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오픈마켓에서는 그에 따라 가성비 쇼핑 수요를 충족시킬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이커머스의 빠른 성장은 물류센터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업용 부동산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하반기 수도권 물류센터 공실률은 10.3%로 지난 상반기 대비 6.4%포인트(p) 하락했다. 신규 공급이 감소 추세로 전환된 것은 약 3년 만이다. 알스퀘어는 중국 수출입 물동량이 국내로 진입하는 관문인 인천 등을 중심으로 이커머스·3PL 업체가 대형 면적을 신규 임차하며 물류센터 상온면적 중심의 공실률 하락이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안 그래도 힘든데… "플랫폼법 세심하게 고려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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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를 역차별하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이다.
플랫폼법의 핵심은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는가 독과점 지위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한 뒤 이들의 갑질 등 독과점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사건 처리도 신속하게 한다는 것이다. 주요 법 위반행위 유형으로 ▲멀티호밍(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제한 ▲최혜대우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 4가지가 규정됐다.
플랫폼법이 국내 이커머스에 적용될 경우 중국 이커머스와의 경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업계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외 플랫폼과 동일한 기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현재 해외 사업자들의 불법 영업행위를 규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고 이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점유율을 기준으로 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개념은 지금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처럼 사업 및 국경의 경계가 없고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 사업자가 등장하는 산업군에서는 의미가 없다"며 "점유율이나 매출이 크다는 이유보다 실제로 어떠한 사업자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염두에 두고 공정경쟁, 공정한 상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한발 물러선 상태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플랫폼 법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해 나가겠다"며 "법안 공개 시기는 특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