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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OCI홀딩스가 쌓아 놓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한미약품그룹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OCI홀딩스 투자 재원이 줄고 기존 핵심 사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시각이다. 통합 목적 중 하나로 총수일가 경영권 강화가 꼽힌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지주사) 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 측은 최근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OCI·한미약품그룹 합병 관련 가처분 심문에서 "자체적인 자금 조달만으로는 연구·개발(R&D)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안정적인 재원 확보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OCI·한미약품그룹의 통합 추진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통합 후 1조원에 달하는 OCI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이용해 사업을 꾸려나갈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임주현 사장은 지난 26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재무적 한계 등으로 인해 혁신적 신약을 글로벌 3상까지 끌고 나갈 수 없었다"며 "이번 통합은 과감히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OCI 투자 축소 우려… 부광약품 정상화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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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을 지켜보는 OCI홀딩스 주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OCI그룹 자본이 한미약품그룹으로 흘러 들어가며 기존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OCI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시했던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 반도체·배터리 소재 중심의 성장 전략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석유·화학에서 제약·바이오 톱티어 기업으로 변신한 독일 바이엘의 길을 따라가려 한다"고 말했다.
과거 인수한 부광약품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제약·바이오 사업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확장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부광약품은 OCI홀딩스에 인수된 2022년 영업손실 2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이 364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거래구조 개편 및 종속회사 R&D 비용 증가가 이유였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제약·바이오 대규모 투자는 최대주주를 제외한 기타 투자자들에게는 갑작스러운 변화"라며 "불확실성으로 인해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할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통합을 통한 성공도 불확실하다"며 "한미사이언스와 부광약품 간의 시너지 여부 및 제약·바이오 구체적 세부 전략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OCI홀딩스 주가 '뚝뚝'… 주주가치 훼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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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늘면서 OCI홀딩스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OCI홀딩스 종가는 지난 27일 9만2600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1.2% 내렸다. 통합을 처음 발표한 날(지난 1월12일·10만9000원)과 견줬을 때는 15.0% 하락했다. OCI홀딩스와 한미약품그룹 통합은 지난 1월12일 오후 6시쯤 공식 발표돼 다음 거래일인 지난 1월15일부터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OCI·한미약품그룹 통합 배경으로 각 사 최고경영진들의 경영권 강화가 꼽힌다. 사익을 추구하는 탓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주주들의 원성이 큰 배경이다. 이우현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이번 통합을 통해 서로를 우호세력으로 두고 통합 지주사 최대주주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우현 회장은 지난해 3분기 말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7.41%), 이복영 SGC에너지 회장(7.37%)에 밀려 OCI홀딩스 3대 주주(6.55%)에 그쳤는데 상황이 반전됐다. 임주현 사장(7.29%)도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 사장(12.12%)보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적었다.
OCI홀딩스 주주 A씨는 "회사 자금을 사욕에 사용하려 하니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회사 정상화가 우선인데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주 B씨는 "회사 이미지가 태양광에서 제약으로 바뀌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주주 C씨는 "제약회사에 돈을 대주는 회사로 전환될 줄 알았으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