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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현상)에 따른 전방산업 둔화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올해 3분기까지 수요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4분기부터 소폭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는 글로벌 수요둔화에도 투자를 이어가며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8% 감소했다고 30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4501억원으로 23.8% 줄었으며, 순이익은 3012억원으로 38.0% 감소했다.
이번 실적은 증권가의 예상을 하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SDI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5조1840억원, 영업이익 3320억원이다.
삼성SDI는 전지 부문 중심으로 당초 전망했던 것보다 큰 폭의 전방 수요 둔화가 이어지며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전지 부문의 영업이익은 20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전지는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감소가 두드러졌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지 부문을 중심으로 당초 전망보다 큰 폭의 전방수요 둔화가 이어져 시장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수익성 우위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올해 4분기부터 전지 시장이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전기차 캐즘과 주요 고객들의 재고 조정, 불확실한 경영 환경 등은 단기적인 현상이며 중장기적으로 전지 산업의 고성장은 변함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반기엔 매출을 극대화하고 원가 구조를 혁신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미주 내 P6 배터리의 공급을 확대하고 SPE(StarPlus Energy)의 조기 양산을 통해 실적 반등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제조 효율 제고는 물론, 설계 최적화를 통한 제조비 혁신, 신규 설비 개발을 통한 투자비 효율화 등 전방위적인 원가 혁신을 추진한다.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도 지속한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집중한다. 삼성SDI는 지난해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시제품을 생산 중이다. 2분기에는 전고체 샘플 공급을 5개 고객사로 확대하는 등 초기 테스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제품 수요를 확인하고 양산에 나설 방침이다.
손미카엘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은 "현재 샘플 단계에서 당사 개발 로드맵 상 계획했던 성능 수준을 확보한 상황이며 고객들도 전반적으로 샘플 공급한 전고차 전지의 특성과 성능에 대해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고차 전지 양산 공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인 생산 공법과 라인 투자 계획도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사업 진행 상황을 설명하며 "하반기에는 생산 공법 확정과 일부 초기 시설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고 크기와 용량을 확대한 다음 단계 샘플을 생산 및 공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에도 중장기적인 투자 방향성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설비투자는 축소 없이 계획대로 집행한다. 삼성SDI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약 6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해당 자금은 헝가리 법인 증설과 북미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인 스테플러스에너지 1공장 건설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설비투자 규모를 이미 2배 이상 확대해 집행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