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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불복 소송에 대해 법원이 시정명령은 집행정지하되 과징금은 그대로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쿠팡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계속 우선 노출할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 10일 쿠팡과 CPLB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의 집행정지에서 쿠팡 측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집행정지는 행정청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다.
지난 6월 공정위는 쿠팡이 PB 상품을 부당 우대했다며 잠정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알고리즘 조작으로 PB 상품과 직매입 상품 등 6만여개의 쿠팡 랭킹 순위를 부당하게 높였다고 봤다. 쿠팡 임직원 2000여명을 동원해 PB 상품에 최소 7만여개의 임직원 후기를 단 혐의도 있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에도 쿠팡이 해당 행위를 지속하자 과징금을 228억원 늘려 최종 1628억원으로 확정했다. 검색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리뷰 동원을 중단하라는 등의 시정명령도 내렸다.
쿠팡은 이와 관련해 "모든 유통업체는 각자의 PB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 진열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PB 상품을 고객들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골든존에 우선 진열하듯 온라인 유통업체도 PB상품을 먼저 추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달 5일 행정 명령에 대해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가처분 성격의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공정위가 쿠팡에 내린 과징금이 국내 유통사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PB상품 우선 노출 문제가 이커머스 전반에 걸친 이슈인 만큼 재판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법원이 공정위 판단을 인정할 경우 업계 전체가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는 등 파장이 예견돼서다.
이날 재판부는 일부 사안에 대해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PB상품 우선 노출 알고리즘과 임직원 리뷰 등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과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시정명령으로 인해 쿠팡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과징금 1628억원은 그대로 내야 한다고 봤다.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 공정위는 "예상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쿠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