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2440.52)보다 9.00포인트(0.37%) 상승한 2449.52에 개장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2440.52)보다 9.00포인트(0.37%) 상승한 2449.52에 개장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상계엄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어 기업들은 신년 경영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환율 안정화를 위해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시 31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8.6원 오른 14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원 내린 1455.2원에 개장한 뒤 상승해 146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16일(1488.50원) 이후 처음이다.


산업계는 널뛰는 환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요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제조해 판매하기 때문에 비용이 상승하면 수익성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핵심 산업 업황 둔화에 환율 리스크까지 더해져 내년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업계도 고환율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고환율로 단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달러로 사들이는 원재료의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 생산 비용 증가로 제품 가격이 오를 경우 수요가 감소할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24조3800억원)를 들여 미국 테일러시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39억 달러(5조6000억원)를 투입해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달러로 원유를 사 오는 정유업계도 고환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판매해 환율에 민감하다.

정유사들은 대량으로 원유를 미리 사두고, 몇 달 후 달러로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해 결제 시점의 환율 상승분이 환차손으로 돌아온다. 통상 환율이 10원 오르면 정유업계가 부담하는 환차손은 1000억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제품 수요가 급락한 가운데 원가 부담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석유화학업체들은 환율이 오를수록 원가 부담이 더 커진다. 나프타를 수입해 열분해 과정을 거쳐 에틸렌, 프로필렌, 합성수지 등을 생산하고 있어서다. 수출로 수익성을 만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크에 이어 고환율 부담까지 안게 됐다.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으로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배터리 기업들은 고환율로 현지 투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투자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추진 중이다.

철강업계도 환율로 원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해 환율 영향을 받는다. 철강 수요 둔화에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고환율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지만 변동 폭이 커 어떤 방식으로든 부담이 불가피하다"며 "내년 사업 계획을 모두 백지화하고 새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