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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6권에 굿즈도 주는데 당연히 해야죠."
출판사 민음사의 북클럽에 가입한 직장인 장주영씨(24·여)가 최근 배송받은 웰컴 키트를 소개했다. 박스 안에 여러 권의 도서, 마스킹테이프, 각종 스티커 등이 눈에 띈다. 장씨는 "4월28일에 북클럽에 가입했는데 인기가 워낙 많아 한 달 만에 웰컴키트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좋아하는 디자인 브랜드와 협업한 굿즈들이 특히 맘에 든다"고 자랑했다.
장씨가 언급한 북클럽은 단순한 독서 모임이 아니다. 북클럽은 출판사가 운영하는 구독형 서비스로 출판사는 웰컴 키트로 책과 각종 굿즈를 제공한다. 2011년 민음사가 국내 단행본 출판사 최초로 시작하여 문학동네, 창비 등 다른 출판사들도 잇따라 북클럽을 운영하며 팬 확보에 나섰다.
출판사는 북클럽 회원들에게 책과 굿즈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한다. 민음사는 자사의 서고를 개방하는 패밀리 데이 행사와 저자와의 북토크를 진행한다. 문학동네는 회원들에게 책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자사의 책 출간 전, 책 표지 시안에 대해 투표를 받는 것이다. 북클럽 회원들이 책을 능동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로 엿보인다.
수치로도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민음사의 북클럽 가입 웹사이트에는 하루 만에 2만여명이 몰려 서버가 마비됐다. 지난 4월 모집을 시작한 '북클럽 문학동네'는 최단기간 역대 최대 가입자 수를 달성하기도 했다.
공간을 통해 느끼는 책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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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기자는 북클럽 인기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독립서점을 찾았다. 이날 서점에서는 전영애 작가의 책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와 관련한 행사가 열렸다. 해당 행사는 전시 체험 행사로 책을 구매한 북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책과 관련된 질문에 직접 답변을 작성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행사에 참여한 북클럽 회원들은 30분 단위로 조를 나누어 입장했다. 입장과 동시에 기자는 종이와 펜, 전자 랜턴 등을 건네받았다. 서점 내부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 속에 뉴에이지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곳곳에는 책과 관련된 질문이 담긴 액자가 비치돼 있었다.
답을 작성하는 회원들의 뒤를 이어 기자도 질문을 따라 움직였다. 30개 정도의 질문의 답을 작성하다 보니 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문학동네 마케팅국 북클럽팀 이송이 대리는 "책을 음미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싶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참여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행사 종료 시각인 저녁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방문객은 자리를 지켰다. 이지수씨(30대·여)는 "공간을 통해 책을 더 깊이 체험한 느낌"이라며 "글을 읽는 것을 넘는 새로운 방식의 독서 같다"고 평가했다. 김아영씨(34·여)는 "강연이 아닌 오프라인 행사가 있어 신기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통해서 책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답했다.
"책 판매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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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을 마친 후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작성한 답변을 인증하는 사진을 찍었다. 기자는 기화 펜으로 작성된 글씨가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사진을 남겼다. 행사 진행자는 퇴로에서 방문객에 생화를 건네며 인증샷을 찍는 걸 도와주기도 했다. 나오는 길에 만난 이인규씨(28·여)는 "처음 북클럽 행사에 참여했는데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며 "이제는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독서를 둘러싼 경험 전체가 중요해진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북클럽 성장세는 가파르다. 이송이 문학동네 마케팅국 북클럽팀 대리는 "북클럽 문학동네의 매년 가입자 수가 늘고 있다"며 "특히 20대 신규 가입자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북클럽 인기의 요인으로 가성비를 꼽았다. 행사에 참여한 이지수씨(30대·여)는 "요즘 책 가격이 비싼데 북클럽을 통해 저렴하게 책을 얻을 수 있어 좋다"며 "민음사나 문학동네 같은 유명 출판사들의 북클럽 인기가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참여자 황예나씨(33·여)는 "5만원에 책 5권과 함께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가입했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2018년부터 5만원의 연회비를 유지하고 있다. 이송이 대리는 "북클럽의 목표는 단순한 책 판매가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북클럽이 책을 읽는 하나의 계기이자 문화적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북클럽 회원 전용 부스도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