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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부터 보편관세 부과를 전면 재개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기존 수출 쿼터의 보호막이 사라진 상황에서 미국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철강 품목을 중심으로 한 '틈새시장 공략'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22일 산업연구원의 산업경제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대미 철강 수출량은 96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106만7000톤)보다 9.9%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량이 8.6%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월별 수출 변동율은 지난 1월 –19.0%에서 2월 –12.8%, 3월 15.2%로 연속 감소했고 4월 11.7% 증가했다. 통상 관세 효과는 시행 2~3개월 이후 본격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관세 여파는 5~6월 실적에서 가시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예외 조치를 전면 폐지하고 모든 국가에 25%의 관세를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 역시 연간 263만톤 규모의 대미 철강 수출 쿼터가 무력화돼 대미 철강 수출에 전면적으로 관세가 부과된다.
한국 철강사들이 변화하는 미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범용재는 미국 내 생산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고부가 제품이나 특수용도 강재는 여전히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있다.
실제 수출 품목별로 보면 열연강판과 중후판 같은 범용재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열연 수출량은 26.0%, 중후판은 28.8% 감소했다. 냉연강판도 전년 동기 대비 23.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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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오히려 선방하거나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 시장이 자급 가능한 범용재는 수입을 줄이고 자체 공급이 어려운 품목에 대한 수입은 유지하거나 확대한 영향이다. 석도강판은 수출량이 32.8% 증가했고 철강관도 1.0% 늘었다.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2023년 기준 미국의 철강 품목별 내수 대비 수입의존도를 보면 강관은 48.9%, 석도강판은 66.7%로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열연강판과 후판은 각각 14.8%, 11.1%에 불과해 자국 내 생산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미국 내 철강 가동률은 74.9%로 정부 목표치인 80%에 못 미친다. 일부 현지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간 상황에서 단기간 내 가동률이 급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급이 어려운 품목에 대해 수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며 한국 철강업계는 이 틈을 노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철강사들도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시나리오를 검토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합작 미국 제철소 건립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포스코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달러(약 8조2200억원)를 투입해 건설하는 전기로 제철소에 투자자로 참가한다.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다. 완공 후에는 연간 270만톤 규모의 열연 및 냉연 강판 등을 생산한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의 기술력 확보와 품질 차별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며 "틈새시장 공략이야말로 트럼프 관세 시대를 돌파할 현실적 해법"이라고 조언했다.